[현대 해외 BW 왜 부도 안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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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환시한인 지난 13일까지 결제를 하지 못해 해외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현대건설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보유자는 해외투자자들이 아닌 교원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 BW 발행의 주간사를 맡은 LG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해외에서 투자자를 물색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결국 대부분의 BW를 국내 기관에 팔았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큰 위기를 맞을 줄 몰랐고, 1년 후에는 상환받을 수 있다는 조건(풋옵션)이 붙어 있었다" 며 "발행 당시 국내 기관들은 별다른 위험이 없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 7월 현대건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데다 주가가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인 5천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1천5백원 수준으로 폭락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을 신청했다.

현대건설은 원칙적으로 지난 4일까지 상환액을 모두 갚아야 했지만 해외발행 채권의 경우 토요일은 결제일에서 제외되고 1주일 정도를 입금 확인기간으로 두고 있다. 현대건설이 월요일인 13일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13일이 돼서야 전체 8천만달러(약 9백억원) 중 2천만달러를 입금하고 나머지는 상환유예를 바라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측은 "현대건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한 만큼 14일부터는 BW 채권자들이 회의를 통해 언제든지 해외부도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자들은 22일 모임을 열고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현대건설 BW를 부도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교원공제회 자금운용부 관계자는 "일부만 갚겠다는 현대건설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 며 "전액을 이른 시일 안에 갚지 않으면 해외 수탁기관인 도이체방크측에 현대건설 부도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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