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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시민통신] "필리핀 주민 20만명 보금자리 지켰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지난달 한국.일본.인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네티즌들이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상대로 소리없는 싸움을 벌였다.

필리핀 내 케손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파식강 주변에 살고 있는 지구촌 이웃 20만명의 생존권을 함께 지키기 위해서다.

한국 네티즌들에게 필리핀 주민들의 위기를 알린 것은 현지에서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남효우씨. 그는 아시아의 다국적 NGO인 로코아(Leaders and Organizaers of Communit)의 총무이면서 국내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운영하는 세계시민운동정보채널 사이트(http://ngo.ww.or.kr)의 해외통신원이기도 하다.

南씨는 지난달 초 이 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올렸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재정 지원을 받아 필리핀 정부가 지난 9월 말부터 파식강 정화 사업의 일환으로 강으로부터 10m 이내에 있는 주택들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20만 주민들이 수십㎞ 떨어진 지역으로 강제 이주해야 할 처지다. 폐수를 배출하는 강 주변의 공장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강을 살리지도 못하면서 주민들의 생존권만 박탈하는 부당한 처사다. '

그는 또 "이 사업은 국제 단체의 어떠한 프로젝트도 주민의 주택을 강제로 철거해서는 안된다는 UN조약을 어기고 있다.

다른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항의 메일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면서 한국 네티즌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제보를 접한 세계시민운동정보채널은 지난달 10일 이 사이트에 '항의 메일 보내기' 코너를 개설했고 많은 네티즌들의 참여가 잇따랐다.

지난달 말 南씨가 다시 이 사이트에 글을 띄웠다. "한국의 네티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줬다. 철거 작업은 잠시 중단됐고 아시아개발은행이 지역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답변했다" 고 전했다.

지구촌 이웃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뭉친 아시아 각국 네티즌들의 힘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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