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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에어포스' 공군 조종사 세계 못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15, 16일 이틀간 방송하는 MBC 특집극 '에어포스' (밤 9시55분)는 소재부터 눈길을 끈다. 조종사들의 훈련 과정을 축으로 전투기 비행장면이 화면을 채우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 '탑건' 을 보며 부러워했던 시청자라면 당연히 기대를 가질 만하다.

게다가 '사랑을 그대 품안에' '사랑해 당신을' 등으로 방송가에선 '흥행 감독' 으로 통하는 이진석 PD가 연출을, 드라마 '허준' 을 집필했던 최완규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또 채림.정준호 등 신세대 스타가 출연하고, 제작비가 8억원에 달해 물량공세 또한 대단했다.

그런데 13일 시사회를 통해 뚜껑을 연 '에어포스' 는 공식에 대입한 트렌디 드라마에 지나지 않았다. 청춘 스타를 앞세워 감각적 영상에 주력하는 트렌디물의 전형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먼저 대립적인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 도식적이다. 엘리트 조종사로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정준(정준호)과 덜렁대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현우(류진)의 대립구도가 식상한데다, 진경(채림)과 세연(김정은)이 가세하는 삼각관계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너무나 평이하게 전개된다.

또 전투기 조종사의 훈련과정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에도 신선함이 전혀 없다.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극적 반전이나 감동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스토리 뼈대가 취약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결국 제작진은 드라마의 단단한 구성력보다 소재의 특이성에 힘을 쏟은 느낌이다.

일단 창공을 누비는 전투기가 쏘아대는 미사일과 퍼붓는 폭탄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소재를 통해 드라마의 영역을 넓히려던 기획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물이 이를 충분하게 뒷받침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소재의 독특함 하나로 드라마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작가 최씨는 "최소한 국군 홍보영화 '배달의 기수' 보단 나아야하지 않을까" 라고 우스개로 말했지만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기대는 그보다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고려했어야 했다.

도전하기 힘든 소재를 택했음에도 드라마가 소재주의에 머물고 만 점은 시사회 내내 아쉬운 대목이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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