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패션 스토리] ‘아이티 티셔츠’로 하나 된 미국 패션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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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아이티 참사로 우리 모두가 가슴 아팠고 이미 디자이너 대부분이 각자 기부금을 냈다. 하지만 지금은 패션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모금 채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나는 언제나 우리 패션업계의 능력·재능·온정에 놀라곤 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뭉쳐 뭔가를 보여 줄 시기다.”(폴로 랄프로렌 회장 랄프 로렌)

“모금에 나서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아이티 재건을 위해선 몇 달 몇 년에 걸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시어리 회장 앤드루 로즌)

미국 패션업계가 아이티 돕기에 팔을 걷었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는 아이티 구호자금 마련을 위한 반팔 티셔츠를 12일부터 제작·판매한다고 발표했다. 가격은 25달러. 협회 대표로 시어리(Theory)가 디자인하는데 남녀용을 따로 만든다. 하얀색 바탕에 ‘아이티에 사랑을(To Haiti With Love)’ ‘아이티를 위한 희망을, 도움을, 치유를(Hope Help Heal Haiti)’이란 문구가 들어간다.

티셔츠는 구하기 쉽다. 대중적인 브랜드 숍부터 백화점, 고급 부티크에서도 판다. 토미힐피거·도나카란·베라왕 등 협회에 소속된 업체가 대거 참여하기 때문이다. 매장에 가기 힘들다면 업체 인터넷몰이나 협회 홈페이지(www.cdfa.com)에서 클릭만 하면 된다. 조만간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 옷을 입고 홍보에 나서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렇게 모은 돈은 ‘클린턴 부시 아이티 기금’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런 미국 디자이너들의 ‘선행’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2001년에도 9·11 테러 피해 복구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뭉쳤다. 보그 잡지와 함께 성조기 프린트를 하트 모양으로 표현한 티셔츠를 팔아 제2의 ‘아이러브뉴욕(I♥NY)’ 못잖은 인기를 끌었다. 매년 유방암 예방 캠페인과 에이즈 퇴치기금 마련을 위한 판매 행사도 꾸준히 벌여 왔다. CFDA는 매번 사회 현안에 발 빠르게 나서는 단결력을 자랑한다. ‘패션은 사치’라는 편견을 깨고 사람들에게 착한 소비를 이끌어 낸다. 게다가 티셔츠는 누구나 입고 또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아이템이어서 기부가 부자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인식도 널리 알린다.

영국에선 18일 모델 나오미 캠벨과 세라 브라운 총리 부인이 아이티 자선기금 마련 쇼를 연다. 알렉산더 맥퀸, 비비안웨스트우드, 돌체 앤 가바나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드레스를 기부하며 행사에 동참한다. 국내에도 한국패션협회와 서울패션아티스트협회(SFAA)가 있다. 소속 디자이너들 중엔 이미 아이티 후원금을 낸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두 군데 모두 협회 차원의 행사에 대해선 ‘미정’이라고 답했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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