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재검표] 고어측 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 대선 결과를 둘러싼 혼미 정국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는 어떻게 하면 여론을 자기쪽으로 끌어올지, 상대방을 꺾을 수 있는 어떤 묘수는 없는지를 놓고 피말리는 수읽기에 돌입했다.

양측의 전략을 점검해 본다.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검표 착수로 앨 고어는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재검표가 중단되지 않도록 밀고 나가면서 여론의 공세를 무마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수작업 재검표 관철=고어측으로선 플로리다주에서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4개 선거구에서 반드시 수작업 재검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플로리다의 승자가 자신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고어측 선거본부장 탐 데일리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집계를 잘못해 유권자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부시는 수작업 재검표 금지를 법원에 요청해놓았고 13일 심리가 열린다.

따라서 민주당은 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보다 많은 카운티에서 수작업 재검표가 이뤄져 기계식 재검표가 엉터리였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판이다.

고어측은 연방법원이 수작업 재검표 중단을 명령해도 "이는 연방이 아니라 주에서 판단할 문제" 라고 주장하며 재검표가 계속 되도록 맞선다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 부시측의 법정투쟁 부각=고어측은 그동안 일부 여론으로부터 깨끗하게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재검표를 요구해 정국 혼란을 빚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부시측이 지난 11일 연방법원에 수작업 재검표 중단명령을 요청하자 고어측은 대대적인 여론공세를 펴고 있다.

'우리는 직접 소송을 제기한 적이 없고 단지 플로리다의 유권자들이 소송을 냈을 뿐이다. 한데 직접 법적 소송을 제기한 것은 부시측이다' 는 논리다. 이런 공세는 실제로 약간의 효과를 봐 미국 언론들은 부시에 대해서도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제외 유도=고어는 '시간은 나의 편' 이라고 믿고 있다. 수작업 재검표나 투표용지 시비로 플로리다주에서 선거인단 확정이 늦어지면 나머지주 선거인단으로 대통령 당선자를 가려야 할 경우도 있다.

현재 확보한 선거인단은 고어가 부시보다 많다. 팜비치 카운티 투표용지 문제로 주민들이 낸 소송을 지원하면서 법적 공방을 유도, 선거인단 선거일인 12월 18일까지 버티는 전략도 논의되고 있다.

조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