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미국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라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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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맹목적으로 발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고려하지 않는 무차별적인 발전은 결사 반대한다."

지난 6일 88세를 일기로 고향인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자택에서 암으로 숨진 미국 원로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라우어의 평생 지론이다. 그는 환경운동이 필요없는 하늘나라로 돌아가기 직전까지 환경보호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랠프 네이더 미국 녹색당 대선 후보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환경론자이며 지난 70년간 환경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지칠 줄 모르는 챔피언이었다" 고 추모했다.

환경운동연합 최열(崔冽)사무총장도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이 세간에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걱정할 만큼 선구자적인 선배 환경운동가였다" 고 회고했다.

그가 지난 5월 67년간 몸담아왔던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 클럽' 을 탈퇴한 것은 환경보호에 대한 그의 열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에라 클럽이 관료주의에 빠져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는 게 탈퇴 사유였다.

그가 21세 때 회원으로 가입할 당시만 해도 이 단체는 소규모 산악인 모임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1952~69년 이사를 맡으면서 이 모임을 강력한 환경운동단체로 키워냈다.

이 기간에만 회원 수가 2천명에서 7만7천명으로 늘었으며 현재는 회원 60만명으로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환경운동단체로 자리잡았다.

'시에라 클럽' 에서 활동하면서 그는 그랜드 캐니언에 2개의 수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냈으며, 노스 캐스케이드와 레드우즈 국립공원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야외로 나가는 걸 좋았했던 부모 밑에서 자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이미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쳤다.

캘리포니아대를 2년 중퇴한 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콜로라도강이 나의 모교" 라고 즐겨 말하곤 했다.

69년 '지구의 벗들' '환경보호 유권자연맹' 을 창설한 그는 82년에는 '지구의 섬 협회' 라는 환경단체를 만들었다.

지구 온난화 방지에 앞장서고 있는 '지구의 벗들' 은 현재 그린피스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다국적 환경운동단체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지구의 벗들' 운영 방침에는 '시민운동은 지역 자율성을 살린 풀뿌리 운동이어야 한다' 는 고인의 신념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린피스의 각국 지부가 동일한 단체명을 쓰며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지구의 벗들' 은 각 지부마다 고유 이름을 사용하며 사업 영역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미국 시민운동계의 최고 원로로서 전세계 환경운동을 주도해온 그는 78, 79, 98년 세차례에 걸쳐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지난해 월드워치연구소가 선정한 '세계 시민운동가 15인' 중 한 명으로 뽑혔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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