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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이 현실로…(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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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전역을 지배했던 공룡은 6천500만년 전에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기후변화, 운석충돌 등이 설득력 있는 이론들이다.

어쨌든 멸종동물이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던 간에 DNA를 이용해 복제하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때로 암울한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새로운 복제기술로 떠오른 iPS 세포

줄기세포는 수정란에서 얻는 배아줄기세포와 출생 이후 척수나 혈액 등에서 얻는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이나 난자를 파괴해야 얻을 수 있어 생명윤리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그런 문제는 없지만 분화능력에 한계가 있다. 즉 신경줄기세포는 신경세포, 혈액줄기세포는 혈액세포처럼 특정 세포로만 자란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인공다능성줄기세포(iPS)는 두 줄기세포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하루가 다르게 연구가 발전하고 있다. 이 세포는 다양한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지난 7월 중국 연구진은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생쥐의 피부세포로 iPS를 만들고, 이를 계속 자라게 해 생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생쥐들은 나중에 새끼까지 낳았다.

공룡복제보다 인간복제가 빠르다

동물 수준이지만 iPS를 이용한 세포치료도 성공했다. 같은 달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은 미국심장학회 발간하는 저널 순환(Circulation)지에 “심장발작을 일으킨 쥐의 심장 세포로 iPS를 만든 다음, 이를 다시 손상된 심장에 주입해 심장기능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본 게이오 대학 연구팀은 iPS를 이용해 척수가 손상된 쥐를 치유하는 실험을 성공시켰다.

그렇다면 인간복제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공상과학소설, 아니면 괴기소설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프랑켄슈타인은 가능한 일일까? 인간복제기술을 평생 꿈으로 생각하고 인간사회와는 동떨어진 산속 어느 깊은 허름한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는 없을까?

21세기에 프랑켄슈타인은 출현할까?

생명과학의 발전과 함께 복제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괴기소설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의 출현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던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라는 산부인과 의사가 바로 그런 사림인지도 모른다. 물론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허풍으로 끝났다.

2009년 3월 이탈리아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9년 전에 복제 인간을 만들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세베리노 안티노리라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2000년에 동유럽에서 체세포 이식을 통해 남자 아이 2명과 여자 아이 1명이 출생시켰다”며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이 잘 자라고 있지만, 더 이상의 신상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던 의사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하나의 해프닝으로 평가절하했다. 1996년의 복제양 돌리를 예로 들면서 원숭이보다 훨씬 쉬운 양 복제에도 엄청난 난관을 겪었는데 그로부터 겨우 4년 뒤인 2000년에 복제인간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만약 안티노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는 황우석 박사가 2005년 역시 수많은 개 난자를 사용한 끝에 복제 개 ‘스너피’를 만들어낸 것보다 5년이나 앞서 인간복제에 성공했다는 말이 된다.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복제인간 소문은 무성

2010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白虎)의 해다. 그러나 영물인 백호도 멸종위기의 동물로 분류된다. 이를 위해 백호를 복제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그는 사실 허풍이 대단한 의사였다. 10여 년 전에는 “쥐의 고환에 사람의 정자를 넣어 사람과 쥐의 잡종을 만들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물론 그 때도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고, 주장만 보도됐을 뿐이었다. 이번에 인간복제 성공을 발표하면서도 그는 “가족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더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다”는 핑계로 논문이나 과학적 증거가 될만한 연구는 결코 제시하지 않았다.

안티노리는 논란 거리를 곧잘 제공하는 의사로 소문이 나 있는 의사다. 그는 1994년 63세 폐경 여성이 아이를 낳도록 도와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그 후에는 뇌종양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의 정자를 아내에게 인공 수정시켜 아이를 갖게 해 줄 계획이라고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동안 인간복제와 관련해서는 주장만 난무했을 뿐 과학적 증명이 제시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소문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일고 있다. 2008년에는 카자흐스탄의 한 교수가 인간복제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때도 검증 절차는 밟지 않았다.

‘인류를 창조한 엘로힘과 접촉한 마지막 예언자’라는 라엘(프랑스인, 본명 클로드 보리롱)을 받드는 라엘리안무브먼트의 자회사 클로네이드가 “2002년 최초의 복제인간 ‘이브’를 만들어냈으며, 그 뒤 1백여 가정에 복제인간을 만들어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

복제인간이란 부활이 아니라 일란성 쌍둥이를 말한다.

생명체의 근원은 DNA의 조합, 즉 DNA염기서열에 있다. 살이 있는 핵에 넣으면 복제가 이루어 진다. DNA과학과 복제의 기본이다.

복제인간의 가능성은 일단 접고 복제인간이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과학적으로 복제인간, 즉 클론 인간이란 단일 개체에서 무성 생식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는 인간이다. 부모와 똑같은 유전 형질을 가진다. 일란성 다생아가 태어날 수 있다는 이론상의 인간이다. 다시 말해서 짝짓기를 하지 않고 일란성 쌍둥이를 무수히 많이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복제인간은 부모와 똑 같은 유전형질을 가진 사람이지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멸종동물을 복제하는 것처럼 죽은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체세포나 DNA를 이용해 새로운 아인슈타인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 복제인간은 아인슈타인과 유전정보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일 뿐 죽은 아인슈타인이란 사람이 복제를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복제인간이 만들어진다면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복제인간의 몸에서 장기를 잘라내, ‘원조 아인슈타인’의 고장 난 장기를 갈아치우는 치료용도로는 활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장기이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거부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마치 일란성 쌍둥이 중 하나를 죽여 장기를 꺼내 이식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넘어야 할 장벽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래서 맞춤형 복제라는 말도 생겼다. 사람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장기만 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많다.

과학의 윤리와 도덕이 중요하다.

어쨌든 복제기술은 DNA기술의 발전, 그리고 멸종동물 복원이라는 프로젝트와 맞물리면서 상당한 진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언젠가 6천500만전 멸종한 공룡이 살아 있는 채 동물원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기대 속에는 복제인간의 출현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항상 정상적인 통로가 아니라 샛길을 만들려는 호기심과 상상력 속에서 발전해 왔다. 샛길을 개척하려는 호기심 속에 살아 있는 공룡도 복제인간도 있는 것이다.

조만간 프랑켄슈타인의 출현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과학과 과학자의 윤리와 도덕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그를 감시하는 눈도 필요할 때다.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