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망신당한 옷로비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옷로비 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 자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국민적 의혹 속에 우여곡절을 겪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검찰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은 수사 잘못을 지적하는 사법부의 경종으로 볼 수 있다.

옷로비 의혹은 처음으로 특검제까지 도입됐던 사건이었던만큼 법원 판결이 주목거리였다. 사직동팀-서울지검 특수부-국회 청문회-특별검사-대검 중수부를 거치며 다섯번이나 내사.수사를 반복했지만 그때마다 사건 내용과 성격이 바뀌었다.

특히 특검과 대검 중수부의 결론이 서로 엇갈려 의혹 해소는커녕 혼란만 가중시켰다.

특별검사는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가 주역" 이라며 '포기한 로비' 사건으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대검 중수부는 "옷로비 부분은 이형자씨 자작극이고 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렸다" 고 자작극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재판부가 延.鄭.裵씨 등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고 李씨 자매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으니 특검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더구나 裵씨의 변호사법 위반 부분까지 무죄가 선고된 것은 대검의 수사 결론이 철저하게 배척당했다는 증거다.

검찰이 두번이나 떠들썩하게 수사하고 특검까지 거친 수사 결과가 이처럼 뒤집힌 것은 검찰의 수치나 망신 차원을 넘는 심각한 문제다.

당시 이종왕 중수부 수사기획관의 사퇴 파동을 생각해 보면 검찰이 눈치보기 졸속 봉합수사로 화를 자초한 것과 다름없다.

결국 3명은 거짓말한 셈이지만 진실 규명은 현실적으로 물건너 간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의혹사건의 축소.은폐, 꿰맞추기식 편파수사가 역사와 국민 앞에 얼마나 큰 잘못인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검찰은 당장 동방금고 의혹 사건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판결을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