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 선관위장 전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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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의 별명은 '햇빛주(sunshine state)' 다. 이 햇빛이 아직 비춰지지 않은 수천표에 미국 대선의 비밀이 숨어 있다. 주도 탤러해시에 있는 플로리다 선거위원회 바버라 린치컴 선거관리위원장은 재검표가 진행 중인 8일 오후(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재검표 대상과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 재검표 대상은 어떤 것인가.

"1차 개표 때 약 8천개 투표구에서 유권자들이 행사한 투표와 67개 카운티(郡)에 접수된 부재자 투표를 합친 5백96만여표가 개표됐다. 우선 이 표들을 다시 검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법에 따라 선거일인 11월 7일까지의 우체국 소인이 찍히고 선거일 후 10일 이내까지 플로리다에 도착하는 해외 부재자 투표도 추가된다."

- 앞으로 도착할 것으로 기대하는 해외 부재자 표는 얼마나 되나.

"2천3백표쯤이라고 들었다. " (마이애미 헤럴드지는 1996년 선거의 경우 2천3백표쯤이었다고 보도했다. )

- 플로리다 투표는 어떻게 진행됐나.

"7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동부시간으론 오후 7시 또는 8시)까지 67개 카운티별로 각각 군이 채택한 방법으로 투표가 실시됐다. 투표구는 대략 8천개다. 67개 군 가운데 26군데는 투표방법이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는 펀치카드식이고 38군데는 표기식이었다. 두군데는 레버를 잡아당기는 기계식이고 나머지 한군데는 직접 손으로 쓰는 방식이었다. 플로리다 선거위원회가 승인한 제품들 중 하나를 각 군이 알아서 구입해 사용했다."

- 그렇다면 집계방법이 각각 다른가.

"그렇다. 펀치카드나 표기식은 투표용지를 일단 자동 투표기에 집어넣는다. 그러면 기계별로 자동 집계된다. 기계에 따라 어떤 것은 군의 중앙집계소로 결과가 자동으로 보내지지만 어떤 것은 일일이 기계별 집계표를 모아야 한다. 군에서는 이를 다시 주본부로 송부한다."

- 투표구가 8천개쯤 되는데 1차 개표에서 두 후보의 표차가 1천7백여표밖에 나지 않았다는 것인가.

"참으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계산하면 그것은 약 5개 투표구에서 한 표의 차이가 났다는 얘기가 된다."

- CNN.CBS 등 주요 방송들이 개표가 끝나기 전에 부시 후보를 플로리다의 승리자로 보도했는데.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출구조사와 표본 투표구의 개표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8천개 투표구 중에서 주요한 곳들을 샘플로 골랐다는 것인데 어떤 기준으로 어떤 곳을 고른지는 알 수 없다. 플로리다처럼 투표 열기가 뜨거운 곳에서 어떻게 그 정도의 조사로 충분히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알 수 없다."

- TV들의 당선자 보도가 성급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그들은 개표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시 후보 당선' 이라고 보도해 오보를 냈고, 그 이전엔 플로리다주의 일부 지역에서 아직 투표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고어가 이겼다고 보도하는 성급함을 보이기도 했다.

플로리다주 서부 일부 지역은 방송본부가 있는 뉴욕보다 한 시간이 늦어 투표가 끝난 오후 7시가 뉴욕에선 오후 8시였다."

- 재검표는 어떻게 진행되나.

"주법과 규칙에 따라 카운티별로 해당 선거 책임자의 지휘를 받아 실시된다. 민주.공화당 후보는 물론 제3당 후보 참관인들이 참석할 수 있다."

- 9일 해가 지기 전까지 재검표가 끝날 수 있나.

"플로리다는 처음으로 개표하는 해외 부재자 투표를 포함해 재검표를 그때까지 마치도록 노력할 것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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