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유전 정보 비밀 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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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공동연구팀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인실리코젠 최남우 사장, 영남대 김종주 교수, 충북대 김관석 교수, 솔젠트㈜ 명현군 사장. [영남대 제공]

한우의 유전 정보 비밀이 풀리게 됐다. 영남대 생명공학부 김종주(43) 교수는 1일 “국내 공동연구팀이 처음으로 한우 유전체의 염기 서열을 해독해 310만개에 달하는 단일염기변이(SNP)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한우 유전체의 전체(30억개 가량)에 가까운 염기의 서열을 해독해 특성이 있는 염기 310만개를 찾아냈다는 뜻이다.

염기란 DNA를 구슬 목걸이에 비유할 경우 목걸이를 이루는 하나 하나의 구슬을 말한다. 염기가 유전자를 결정하게 된다.

또 SNP는 인간의 경우 개인의 특성인 외형과 체질·성품 등을 결정하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다. 거기다 암·고혈압 등 유전성 질환의 근간이 되는 유전 정보도 포함한다. 맞춤형 유전질환 치료와 신약 개발을 위해 SNP 연구에 매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국내 공동연구팀이 찾아낸 한우의 SNP 310만개도 인간의 SNP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우 SNP를 응용하면 한우의 질병과 경제형질(번식·성장·고급육질) 연구는 물론 한우의 품종 판별과 생산이력제 실시 등이 가능해진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우의 전체 염기 30억개 중 92%의 유전체 서열을 해독한 게 특징”이라며 “소의 전체 염기 해독은 미국·독일에 이어 세번째며 한우로는 세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지난해 5월부터 농림수산식품부 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산학 공동으로 이루어졌다. 솔젠트㈜는 한우의 30억개 염기 해독을 맡고 ㈜인실리코젠은 컴퓨터 분석을 했으며 김종주 교수와 충북대 김내수·김관석 교수는 SNP를 찾아냈다.

공동연구팀이 찾아낸 310만개의 SNP 중 28%는 미국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이미 등록돼 있었다. 나머지 72%는 새롭게 밝혀진 SNP였다. 김종주 교수는 “이번 연구로 한우 유전체에 존재하는 SNP가 모두 발굴돼 한우의 유전 정보 비밀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활용 분야도 다양하다. 한우의 번식·성장·육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규명해 한우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급육 및 웰빙 요소(불포화지방산 함량, 저콜레스테롤 등)를 포함하는 쇠고기를 선발하는데 필요한 유전 정보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우의 사료 효율을 높이는 유전자를 규명해 반추 위의 메탄가스 생성 억제 및 분뇨 발생 저감화 등 기후 온난화를 막는 데도 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1일 호주의 뉴잉글랜드대학에 머물고 있었다. SNP를 찾는 방법론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한우가 한반도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해 왔으며 독특한 유전적 특성을 지닌 고유의 품종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진화트리’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SNP가 5만개 정도로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앞으로 한우의 맛과 관련된 SNP를 찾아내 DNA 칩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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