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 큰 상품] 선양테크 '인라인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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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천 소재 ㈜선양테크는 국내보다 해외에 더 잘 알려진 반도체장비 업체다.

1993년 창업한 이 회사는 96년 반도체 생산성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인라인시스템' 을 개발하면서 인텔.지멘스 등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라인시스템은 반도체조립의 막바지 공정으로 분류되는 3개의 기존 조립장비를 하나로 묶어 반도체 조립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장비다.

반도체에 일련번호 등을 붙이는 레이저 마킹 외에 ▶반도체의 전기적 특성을 결정하고▶외형을 만드는 세가지 작업을 한 장비로 처리할 수 있게 한 것.

선양테크는 96년 미국의 인텔이 세계 반도체 조립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입찰에서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이 장비의 납품을 확정지으면서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유럽의 3대 반도체 업체인 독일 지멘스.네델란드 필립스.이탈리아 STM이 선양테크의 주요 고객이다.

선양테크는 대당 평균 45만 달러 하는 이 제품을 올해 3천만달러 어치 수출 할 예정이다.

선양테크는 반도체조립 공정을 단순화해보자는 착상에서 이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이 회사 양서일(39)사장은 "반도체를 조립할 때, 각 공정을 연결하는 준비 과정 등을 따져보니까 조립 시간이 상당히 낭비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며 "각 공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계적 장치와 제어센서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통합 조립을 실현시켰다" 고 말했다.

楊사장은 인라인시스템을 반도체 조립라인에 장착하면 3개 조립공정에 투입하는 인력을 5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조립시간은 기존 분리조립 방식보다 6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STM사는 최근 기술담당 이사를 선양테크로 보내 반도체 조립라인 전체를 인라인시스템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반도체 조립장비는 조립방식과 생산된 반도체 종류에 따라 다양하고, 어떤 조립장비를 설치하느냐가 업체의 기밀사항이어서 한 업체에 대량의 조립 장비를 발주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선양테크는 납품한 장비에 고장이 생기거나 고객들이 클레임을 제기하면 곧바로 새 장비로 바꿔 주는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97년 말레이지아의 한 반도체 조립업체가 장비클레임을 요구하자 기술진을 현지에 보내 한 달 동안 수리하다가 여의치 않자 바로 새 장비를 무상으로 설치해줬다.

그 후 이 반도체 업체는 선양테크의 단골이 됐다.

선양테크도 창업초기에는 개별 반도체 조립장비를 생산해 수출신용장을 받고 물건을 선적까지 했다가 은행과의 거래실적이 미미해 수출 네고를 받지 못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점차 신용을 쌓으면서 매년 매출이 50%가량 씩 성장해 올해는 3백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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