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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고유가 덕에 호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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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해운업계는 사상 최고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컨테이너.벌크(건화물).원유의 국제 운송 수요가 크게 늘고 운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유조선 일감을 찾으러 중동 출장을 갔지만, 요즘은 중동 원유 화물주들이 배를 잡으려고 국내 본사를 방문할 정도다.

◇ 운임 고공행진〓원유값 급등은 해운업계에 특수를 몰고 왔다. 유조선 운임지수(WS)는 1990년대 초반 걸프전 때는 물론 역대 최고치였던 97년 10월의 91.5를 지난 5월 이미 넘어섰고 지난 3일엔 1백70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원유 부문은 지난해 유조선을 많이 빌려 놓은 현대상선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해외에서 빌린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VLCC)의 하루 용선료(傭船料)가 1만5천달러인데 현재 이를 다른 회사에 빌려주기만 해도 4만달러 이상 받을 수 있을 정도" 라고 말했다.

12척의 유조선을 보유한 현대상선은 올해 유조선 운임수입을 당초 목표 2억5천만달러보다 60% 이상 늘어난 4억달러로 잡았다.

국내 해운회사들이 전공분야인 컨테이너.벌크의 운임도 초강세다. 석탄.철광석.곡물 등을 나르는 벌크선은 올해의 경우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에도 운송 수요가 늘었다.

그 뒤에도 강세를 지속해 지난 3일 운임지수(BDI)는 5년만에 최고치인 1천7백24를 기록했다. 서남아 지역의 곡물 수입이 크게 늘고 유럽 지역의 석탄.철광석 등 원자재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 해운업계 실적 호전〓이에 따라 국내 양대 해운회사의 영업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한진해운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2분기보다 49% 늘어난 4백53억원. 올 3분기까지 3조1천1백82억원 매출에 순이익 1천60억원을 내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상선도 지난 상반기 2조4천9백2억원 매출에 5백73억원의 순익을 냈으며, 연말까지 매출 5조원, 순익은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1천4백29억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국내 해운업계의 영업 호전은 운임이 크게 오른 것 말고도 외환위기 이후 인원을 감축하고 인터넷 물류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원가절감 노력을 해왔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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