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조타운도 빈 사무실 부쩍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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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울 빌딩 임대시장의 노른자위로 꼽혔던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 사무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 지역은 사무실 임차인이 대부분 고소득 전문 직종인 변호사들이고, 법원과 가까워 높은 임대료에도 사무실 구하기가 힘들었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늘어 변호사 수입이 예전만 못하면서 인근 사무실이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초동 법원 인근 빌딩의 경우 최근 들어 한 두 개 층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다.

포시즌컨설팅 정성진 사장은 "이 지역 임대료와 운영 경비 등을 따졌을 때 월 수임 건수가 2~3건은 돼야 사무실을 꾸릴 수 있는데 최근 들어 임대료도 못 내 사무실을 줄이거나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떠나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제로에 가깝던 빌딩 공실률이 올 들어 평균 5~7%대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료도 하락세다. 지난해까지 대로변은 전세 기준으로 평당 400만원, 이면도로는 평당 300만~32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이보다 평당 50만~100만원 떨어졌다.

덩치가 작은 빌딩이 더 외면받는다. 빌딩포유 길영웅 차장은 "지상 5~6층, 연면적 500평 미만 빌딩의 공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임대료가 떨어지자 같은 가격이라면 시설과 위치가 좋은 빌딩으로 옮겨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사무실 임대를 겨냥해 1~2년 전 인기리에 분양됐던 일부 빌딩은 공사가 끝났지만 입주 변호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인근 금호부동산 관계자는 "특히 신축 빌딩 중 공사가 끝나고도 1년 가까이 임대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애태우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연 10% 이상 나오던 투자비 대비 수익률도 한 자릿수 이하로 떨어졌다.

신한은행 PB팀 관계자는 "사시 합격자 증가와 로스쿨 제도 도입 등으로 변호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면서 법조타운 일대 사무실도 임대료 내림세가 본격화하고있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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