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취업 비상…경제위기론 속 퇴출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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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명문사립대인 K대 취업정보실은 최근 LG건설로부터 입사원서 4부를 배정받자마자 학생들이 몰려들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건설경기 침체로 입사 원서를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던 관련학과 졸업예정자 50여명이 교내 인터넷을 통해 원서배정 소식을 보고 삽시간에 찾아와 "내게 달라" 고 사정했다.

명문 S대 인문계열에 다니는 金모(26)씨는 지난 두달간 삼성그룹.LG전자 등 10여 곳의 기업체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모두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그는 "최고 명문대에 다닌 게 아무 소용도 없다" 며 "토익 8백70점에 학점 3.2 정도면 나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취업이 힘들 줄은 몰랐다" 고 토로했다.

경제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11.3 퇴출' 조치가 발표되면서 취업.졸업시즌의 대학가에 취업 비상이 걸렸다.

고유가와 증시폭락.퇴출공포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대졸 사원 채용문을 닫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기업퇴출은 곧 경력자들이 노동시장에 대거 쏟아짐을 의미한다" 며 "게다가 채용시장이 경력자 위주로 돌아서고 있어 졸업예정자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졸 취업률은 매년 2월 기준 ▶1997년 62%▶98년 51%▶99년 51%▶2000년 56%였다.

올해 상반기부터 외환위기의 후유증이 극복되는 추세였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대학가의 체감 취업지수는 다시 나빠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공식 대졸 실업자는 9월 현재 17만9천명(실업률 3.4%)에 이른다.

실제로 6일 현재 K대 토목과 졸업예정자 70명 중 취업 확정자는 3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K대 일문과의 경우 졸업예정 30명 중 2명만이 취업한 상태다.

취업전문기관들에 따르면 현재 취업재수생 17만명에 대졸 예정자 18만명 등 신규 취업 희망자가 35만명에 달하지만 일자리(정규직)는 8만5천개(추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학생 10명 가운데 7.6명은 임시.일용직에 머물거나 실업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대졸 취업난의 숨통을 틔워줬던 벤처의 위기도 대학가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오안진 팀장은 "벤처기업도 현재 구조조정 중이라 신규채용 계획을 공고하는 곳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 라고 말했다.

◇ 전체 실업률 추이〓한국노동연구원은 올 하반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2월께 실업자 수가 다시 1백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강순희 동향분석실장은 '부실기업 정리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 및 대책' 이란 자료에서 "진행 중인 부실기업 정리 및 금융.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은 4% 수준으로 하락하고, 2월께 실업률이 4.7%에 달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실업자 수는 1백3만명 가량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실업률은 3.7%, 실업자 수는 81만명선이다.

연구원측은 그러나 "금융.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6%대에 진입하고 실업률은 3.5%로, 실업자 수도 79만명선으로 떨어질 것" 이라고 예측했다.

신동재.홍승일.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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