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보내’로 2년 만에 처음 차트 1위 오른 ‘2AM’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신곡 ‘죽어도 못 보내’로 온라인 음악차트 1위를 휩쓴 ‘2AM’. 왼쪽부터 임슬옹·이창민·조권·정진운. [JYP·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분명 아이돌(Idol)은 아이돌인데, 어딘가 ‘생활인’의 냄새가 풍긴다. 지난달 28일, 그날 발매된 미니앨범 ‘죽어도 못 보내’를 들고 중앙일보를 찾은 ‘2AM’의 네 멤버 조권(21)·임슬옹(23)·정진운(19)·이창민(24).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시시각각 울리는 회사 홍보담당자의 전화내용에 더 관심이 많은 모양새다.

“지금까지 총 4만 5000장의 주문이 들어왔다”는 말에 “야, 대박인데?”라며 기뻐하고, 온라인 차트의 상황은 어떤지 꼼꼼히 챙긴다. ‘세속에는 관심 없는 구름 위의 존재들’ 같은, 다른 아이돌 그룹의 분위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럴 만도 했다. 데뷔 첫 곡으로 성패가 결정되는 치열한 아이돌 시장에서 ‘이 노래’ 한 곡으로 2년 여를 버텨왔으니 말이다. 꽤 인기를 끌긴 했지만, 실은 방송에서도 온라인 차트에도 1위 한번 해본 적 없다. 2008년 대형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형제 밴드’인 ‘2PM’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을 때만 해도 금방 최고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2PM에게 쏟아지는 폭발적인 관심에 비해 2AM에 대한 반응은 조용했다.

“아무래도 댄스음악이 보는 사람들에게 더 자극적으로 다가가잖아요. 우리는 발라드를 하는 팀이니 시선을 모으기가 그만큼 어려웠죠. ‘언제쯤 뜰 수 있을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멤버들간 결속도 단단해지고,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권)

그런 의미에서 2010년의 시작은 감동 그 자체다. 프로듀서 박진영의 품을 떠나 인기 작곡가 방시혁과 함께 작업한 새 노래 ‘죽어도 못 보내’는 지난 21일 온라인 음악사이트에 공개되자마자 하루 만에 주요 사이트 1위를 휩쓰는 ‘쾌거’를 이뤘다.

“작년까지 온라인 음악 사이트 순위가 바뀌는 새벽 2시까지 기다리다 결과를 보고 실망해 잠든 적도 많았어요. ‘1위’라는 타이틀 옆에 우리들의 이름이 뜨는 순간, 너무 기뻐서 숙소를 뛰어다니며 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정진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멤버들이 그간 각종 오락프로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리더 조권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 ‘세바퀴’ 등에 출연해 춤이면 춤, 성대모사면 성대모사, 시키는 것마다 120% 해내는 신통방통 재능을 선보여 연일 화제가 됐다. ‘깝권’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이 수많은 개인기들은 “8년간의 기나긴 기획사 연습생 생활 동안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이라나. 다른 멤버들도 ‘스타 골든벨’(이창민) ‘아이돌, 막내 반란시대’(정진운), 앙드레 김의 패션쇼(임슬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 중이다.

“발라드 가수가 오락 프로에서 망가지면 안 된다며 우려하는 분들도 있지만, 의외의 모습을 신선하게 봐 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아무리 바빠도 노래 연습만은 빼놓지 않죠.” (임슬옹)

이번 앨범에서는 ‘새벽 2시의 감성을 노래하는 발라드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음악적으로도 변화를 시도했다. 특유의 애절한 발라드(‘죽어도 못 보내’) 외에도 중간 템포의 R&B곡(‘웃어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나 경쾌한 댄스곡(‘아이 러브 유’)에도 도전한 것이다.

“그 동안 무대에서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이제 우리 노래만으로도 다양한 무대를 꾸밀 수 있게 됐습니다. 2010년이요? 연초부터 그토록 원하던 차트 1위의 꿈을 이뤘으니, 이제 2AM 만의 단독 콘서트도 해봐야죠.”(이창민) 힘든 시간을 지나며 다진 안정적인 발걸음으로, 이들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이영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