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500개 건설업체 추가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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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건설업계가 퇴출 몸살을 앓고 있다.

11.3 퇴출기업 발표에 따른 11개사 외에도 정부는 앞으로 실적이 없거나 경영이 부실한 2천5백개 건설업체를 정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실적.외형 중심으로 영업해온 국내 건설업계가 내실.기술 위주로 영업행태를 바꾸고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이 잇따를 전망이다.

◇ 설 자리 좁아지는 해외건설〓동아건설.현대건설 사태에 이은 퇴출 발표는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시장에서 설 자리를 좁게 하고 있다.

해외 발주처들이 개별 회사의 문제라기 보다 한국 건설업 전반의 취약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5일까지 딴 해외공사는 93건 38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에 머물렀다. 올들어 해외신인도가 급락한 건설업체들이 입찰 참여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외 건설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대우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지난해보다 50% 줄어든 3억8천만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해외 플랜트 부문에 치중해 온 신화건설은 올해 수주한 1억5천8백만달러짜리 유전공사 계약을 해지당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외공사 계약이 '부도.파산 등의 경우에는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고 명시한 만큼 현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시공 중인 공사마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 달라질 경영행태〓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연구원은 "앞으로 건설업은 실적보다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이 요구되며,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수주시장이 형성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 서형근 전무는 "퇴출기업 발표는 물량 따내기가 중시되는 기존 건설시장에 상당한 자극제가 됐다" 고 평가했다.

대한건설협회 김민관 정책본부장도 "업체마다 내실 경영에 치중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 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닥쳐 올 구조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개 퇴출 건설사에서만 1만여명의 인력 감축이 예상되며, 남은 회사도 살아남기 위한 인력 재조정에 들어갈 움직임이다.

◇ 주택사업도 바뀐다〓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퇴출 파장은 크지만 건설업체의 주택산업 진출은 꾸준히 늘어날 것" 이라며 "다만 금융권이 돈을 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활성화돼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것" 이라고 전망했다.

시공사만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는 소비자의 구매행태가 금융권을 보고 분양받는 형태로 바뀌리란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선(先)분양보다 아파트를 지어놓고 파는 후(後)분양 방식이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성근.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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