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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번엔 안양시 ‘100층’… 호화 청사로 하늘 뚫으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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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방자치단체들의 호화 청사(廳舍) 건립 경쟁이 하늘 끝까지 이어질 것인가. 이번엔 경기도 안양시가 ‘세계 최고·최대 청사’를 건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2조원을 들여 무려 100층짜리 초고층 청사를 짓겠다는 것이다. ‘호화판 궁전’이란 비난을 들었던 경기도 성남시와 용인시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착공해 2018년까지 100층 이상의 초고층 복합건물을 세워 청사·시의회, 비즈니스센터, 컨벤션센터, 호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상되는 사업비 2조2349억원은 건물의 일정 부분을 주거용으로 분양해 국내외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겠다고 한다.

안양시는 지은 지 14년밖에 안 된 멀쩡한 현재의 청사(지하 2층, 지상 8층)는 허물겠다는 계획이다. 이 건물에 들어간 건축비 639억원이 고스란히 허공으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재정자립도 65%인 안양시가 710억원의 빚더미에 눌려 있는데도 말이다. 주민 혈세를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다. 현재 시청 건너편의 47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도 빈집과 상점이 있는 상황에서 어느 투자자가 인구 61만 명의 중소 도시에 건축비 1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선뜻 쏟아붓겠는가. 이 시장이 밝힌 경제효과도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신청사가 들어서면 하루 5만 명의 유동인구로 5년간 3470여억원의 재정수입을 올린다고 추정했지만 이는 100층짜리 건물을 지었을 때 거둘 수 있는 통상적인 기대치를 단순 계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니 이 시장의 진정성부터 의심을 받는다. 올해는 6월 2일 지방선거가 있다. 이 시장의 남은 임기는 6개월밖에 안 된다. 사업의 성격이나 규모로 볼 때 현 시점에서 발표하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 당장 재선을 노린 선거용 애드벌룬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호화판 청사 같은 외형 경쟁이 아니라 현장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내실 경쟁에 앞장서 달라.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교부금 지급 중단 등으로 호화 청사 경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