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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욕] 신비의 밸브 '글로메라' 열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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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다.

환절기는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계절. 심한 일교차로 감기환자가 늘어나는가 하면 당뇨나 혈압환자들도 기온의 급한 오르내림에 긴장해야 한다.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계절. 목욕도 하고 건강도 챙기는 냉온욕의 건강효과와 방법.주의사항을 알아본다.

◇ 신비의 밸브 글로메라〓냉온욕을 했을 때 나타나는 인체반응은 피부 모세혈관의 확장과 축소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연세대 의대 해부학 교실 이혜련 교수는 "피부에는 체온조절을 위해 4억가닥의 모세혈관마다 글로메라라는 아주 작은 밸브가 있다" 고 말했다.

모세혈관을 가로질러 설치된 이 밸브는 밖의 온도에 따라 닫혔다 열렸다 하면서 혈액 유입을 조절한다.

문제는 현대인의 생활환경. 항상 냉난방에 의한 일정한 온도에 익숙해 있어 이 글로메라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냉온욕은 바로 이 글로메라의 기능을 강화시켜 모세혈관을 단련한다.

테마피부과의원 임이석 원장은 "혈액은 피부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수송 수단으로 바로 냉온욕이 모세혈관을 굵고 튼튼하게 만듦으로써 피부 표피세포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든다" 고 말했다.

왕성한 혈액순환은 표피세포를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내분비를 활성화시켜 호르몬의 흐름을 좋게 하고, 노폐물을 신속하게 배출한다.

피부가 팽팽해지고, 냉방병이나 스트레스에 의한 어깨결림.근육통도 냉온욕으로 쉽게 풀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 혈관이 튼튼해지면서 혈압이 조절되는 것도 냉온욕의 치료효과 중 하나.

◇ 자율신경계 조절로 스트레스를 극복한다〓글로메라를 통해 모세혈관의 개폐를 제어하는 것은 자율신경이다. 따라서 글로메라의 기능저하는 자율신경 활동이 둔화됐음을 암시한다.

연세대 의대 재활의학과 전세일 교수는 "찬물 목욕은 교감신경을, 그리고 더운 물 목욕은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킨다" 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에 치우쳤던 신경계의 균형을 바로 잡아준다는 것. 알레르기성 환자는 부교감신경이 강하게 치우친 경향이 있다. 원래는 아침 잠에서 깨었을 때 교감신경이 우위가 되어야 하는데 알레르기 환자들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교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아침에 냉온 샤워를 하면 증상이 훨씬 줄어든다. 또 냉온욕은 피부에 붙어있던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 면역력은 왜 높아지나〓종래 조직학에서 표피세포는 단순히 피부구조를 보호하는 막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표피세포가 사이토카인이라는 지령물질을 분비,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의 활동을 자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암세포 또는 병원균과 싸우는 자연살해(NK)세포와 대식(大食) 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

사이토카인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특성도 있다. 즉 표피세포가 피부 면역반응의 사령탑 구실을 한다.

임원장은 "어떤 조건일 때 표피세포가 사이토카인을 방출하는지 아직 연구 중이지만 냉온욕을 시켜보면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증상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보인다" 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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