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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프로들도 간답니다, 스크린 골프에 어떤 매력 있기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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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글=문승진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가상현실을 이용한 스크린 골프 고수인 임성미(왼쪽), 이은희씨가 스크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은 “골프를 잘하는 사람이 스크린 골프의 스코어도 좋다”며 “스크린 골프를 할 때도 실제 골프를 할 때 만큼이나 에티켓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선 기자]


앗, OB! … KPGA 1인자 당황하다

프로 골퍼들도 종종 스크린 골프를 즐긴다. 국내 남자 프로골프의 1인자 배상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열렸던 한국 오픈에서 우승했던 배상문과 함께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다. 가능하면 상황을 똑같이 세팅한 뒤 우정힐스 18번홀(파5)에서 플레이를 해봤다.

배상문 프로가 스크린 골프 도중 7번 아이언으로 OB를 낸 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김상선 기자]

드라이브샷은 대회 때와 비슷하게 290야드 정도 날아갔다. 배상문은 당시 7번 아이언으로 레이업을 했다. 가상 현실에서도 배상문은 똑같이 7번 아이언을 잡고 샷을 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훅이 나면서 OB가 났다. 당황한 배상문, 다시 샷을 했는데 이번에는 워터 해저드에 볼을 빠뜨렸다. 정상급 프로골퍼인 그가 연거푸 미스샷을 한 이유는 뭘까.

골프존 이동훈 상무는 “프로 골퍼들은 대부분 드로나 페이드 샷을 구사하는데 스크린 골프에서 가리키는 방향보다 바깥쪽으로 치다 보니 센서가 훅이나 슬라이스로 인식한 것 같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배상문은 “드라이브·아이언 샷은 실제와 비슷하다. 스크린 골프에선 마음껏 휘두르다 보니 샷거리는 더 늘어나는 것 같다. 구질도 거의 정확하게 잡아내는 편”이라며 “그러나 기술 샷은 센서가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골프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선 퍼팅도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배상문은 “스크린 골프는 게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필드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상 현실을 통해 달랜다는 생각으로 즐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자 고수도 있다

임성미(28)씨와 이은희(26)씨는 지난해 골프존에서 실시한 ‘레이디스 골프존 라이브 토너먼트’ 예선전에서 각각 11언더파와 8언더파를 기록했던 스크린 고수들이다. 임씨는 21세 때 세미프로 친구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 시작 4년 만에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됐다. 실제 라운드에서 베스트 스코어는 77타. 임씨가 스크린 골프의 고수가 된 것은 지인의 권유로 스크린 골프장에서 일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임씨는 “처음에는 퍼팅 때문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요령을 터득하고 나니까 실제 라운드보다 스코어를 쉽게 줄일 수 있었다. 실력이 좋아지고 난 뒤엔 남자들도 나랑 라운드하길 꺼린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이은희씨는 23세 때 취미로 골프를 배운 경우다. 보기 플레이어 정도의 실력인 이씨가 실제 라운드에서 기록한 베스트 스코어는 83타. 하지만 스크린 골프에서는 베스트 스코어가 8언더파다. 이씨 역시 9개월간 스크린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스크린 골프를 즐기게 됐다. 1m77cm의 장신인 이씨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30야드.

이씨는 “회사 동료들과 스크린 골프를 친 적이 있는데 ‘레이디 티에선 드라이버를 잡지 않겠다’고 하자 남자들이 ‘괜찮다’고 말하더라. 그런데 3홀쯤 지나니까 안색이 달라졌다”며 “가끔 남자 동료들과 간단하게 내기를 하는데 대부분 내가 이겨서 게임비도 주로 내가 낸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여자 고수 가운데에는 전문적으로 스크린 골프 투어 프로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다. 스크린 골프 회사에서 주최하는 크고 작은 대회에 출전해 1년에 1000만원 이상을 상금으로 버는 사람도 봤다. 이들은 언더파는 기본이고, 코스 공략도와 그린 경사를 직접 그린 야디지 북을 가지고 다닌다. 여자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고 덧붙였다.

골프 실력과 스크린 스코어는 비례

임씨는 한 달에 평균 20차례나 스크린 골프를 즐긴다. 하루에 두 차례 라운드를 한 적도 있다. 임씨는 “스크린 골프에서도 작은 금액의 내기는 필수”라고 말한다. 자칫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크지 않은 금액의 돈을 걸고 내기를 하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재미도 배가된다는 주장이다.

내기 종류는 스트로크 방식(타수 차이만큼 금액을 주고받는 것)을 선호한다. 주로 타당 1000~2000원 정도를 걸고 내기를 한다고 했다. 임씨는 “남자들과 똑같은 티잉그라운드에서 플레이를 하다 보니 언더파를 치기가 힘들다. 핸디캡이 8정도 되는데 그동안 내기에서 딱 한 번 돈을 잃었다. 같은 티박스에서 플레이하니까 남자분들의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OB도 자주 낸다”며 살며시 웃었다.

이씨도 일주일에 최소한 두 차례 이상은 스크린 골프 매니어다. 이씨 역시 내기 옹호론자다. 장타자인 이씨는 “레이디 티에서 플레이하면 평균 6~8개 정도의 버디를 잡고, 파5홀에서는 가끔 이글도 잡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스크린 골프 역시 실제 골프와 마찬가지다. 절대로 고수 앞에서 오기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욕심은 화를 부른다

이들은 스크린 골프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들은 또 스크린 골프가 골프 대중화에 일조했다는 것에도 동의했다. 특히 초보자들은 가상 현실을 통해 실력 향상을 꾀할 수 있고 골프 규칙과 라운드 요령 등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급자라면 스크린 골프를 단순히 게임으로 여겨야지 너무 욕심을 내면 자칫 스윙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씨는 “퍼팅을 할 때 스크린 골프에서는 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라운드에서는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또한 자꾸 화면을 보려고 하다 보니 헤드업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실제 라운드와 비교해 실수를 해도 관대한 편이다. 거리에 대한 욕심을 내다 보면 스윙이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했다. 임씨는 또 스크린 골프를 즐거운 게임 차원에서 즐겨야지 스코어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 보면 오히려 화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크린 골프 고수 되려면
스윙 스피드보다 정확한 임팩트가 중요해요

퍼팅, 실제보다 강하게 치세요

가상현실을 이용한다지만 분명한 것은 실제로 실력이 뛰어난 골퍼가 스크린 골프의 성적도 좋다는 것이다. 여자고수 임성미씨는 “아무래도 스윙이 좋은 골퍼가 스크린 골프에서도 스코어가 잘 나온다. 하지만 골프 실력만 믿고 덤볐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스크린 골프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고수가 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스윙 스피드가 빠르면 드라이브 샷이 멀리 나가지만 무조건 세게 치려다 보면 자칫 스윙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장타자인 이윤희씨는 “스윙 스피드보다는 정확한 임팩트가 더 중요하다. 퍼팅은 실제보다 강하게 치는 것이 좋다. 2m 이내 퍼팅은 라인을 무시해도 좋지만 3m 이상에서는 퍼팅 라인을 세심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계의 특성을 이해하라

이씨는 스크린 골프는 기계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씨는 “단축키를 잘 활용해야 한다. F2는 그 홀의 모습을 미리 살펴볼 수 있고, F6는 그린 주변과 퍼팅 라인을 미리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또 자신의 구질이나 바람의 방향에 따라 방향키를 활용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속 2m 내외의 바람은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초속 2m 이상의 바람이 불어올 때는 꼭 방향키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맞바람의 경우에는 초속 5m마다 한 클럽씩 더 길게 잡는 것이 좋다. 슬라이스나 훅이 나는 골퍼들은 스탠스를 바꾸기보다는 방향키를 움직이면 똑바르게 스탠스를 취하고도 원하는 지점으로 볼을 날려보낼 수 있다. 퍼팅을 할 때는 볼을 올려놓고 뒤에서 한번 살펴보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깊은 러프나 숲 속에 볼이 빠지면 화면상으로는 탈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무리한 탈출을 시도하다 보면 더욱 나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드롭 키를 활용하면 1벌타만 먹고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다.

공식을 암기하라

스크린 골프 고수인 이은희씨(왼쪽)와 임성미씨

여자고수인 임성미씨와 이윤희씨는 “스크린 골프에서 사용되는 간단한 원칙을 숙지하고 있으면 훨씬 스코어가 좋아진다”고 말한다. 이 씨는 “남은 거리가 100야드라고 가정할 경우 페어웨이에선 100% 다 거리가 나가지만 러프에선 90야드, 페어웨이 벙커에선 80야드 정도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러프에서 100야드가 남았다면 실제로는 110야드가 남았다고 생각하고 샷을 하라는 조언이다. 그린 주변 벙커에서는 남은 거리의 1.5배를 더 계산해서 스윙해 주면 좋다. 또한 스크린 골프에서는 센서가 탄도 60도 이상은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로브 샷 등 기술 샷을 구사하면 안 된다.

무조건 스크린 따라하면 낭패

클럽 선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스크린 골프에서는 남은 거리에 따라 클럽을 추천해 준다. 하지만 평균값인 만큼 자신의 비거리에 맞는 클럽을 선택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9번 아이언으로 130야드를 날려보내는 골퍼가 있다고 가정하자. 스크린 골프에선 130야드에 8번 아이언을 잡으라고 했다면 클럽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스크린 골프 고수들은 화면에 적혀 있는 8번 아이언을 잡는 것보다 자신의 거리대로 9번 아이언을 잡는 게 좋다고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페어웨이가 좁다면 드라이버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우드나 아이언으로 티샷을 해도 좋다. 이때 바람의 방향이 바뀔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임씨는 “스크린 골프에서는 뒤땅이나 토핑이 나와도 어느 정도 거리가 나간다. 따라서 무리한 욕심보다는 기계의 특성을 이용해 전략적으로 공략한다면 누구나 충분히 언더파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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