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지키는 사람들 ③ 수영으로 디스크 고친 김옥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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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으로 병도 고치고 친목도 다진다는 김옥희(맨앞)씨. 그는 운동 중에서도 수영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고 자랑한다. [조영회 기자]

“다른 운동도 많이 해봤는데 수영만큼 좋은 운동이 없더라고요.”

천안에서 노래교실 등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약하고 있는 김옥희(58·여)씨. 그는 언제 어디서든 수영 예찬론을 펼친다. 어떤 운동도 수영과는 비교할 수 없단다. 밝고 활기차게 사는 김씨지만 사실 말 못할 고민이 적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수영’에게 도움 받기 시작했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1988년 가을. 이 무렵부터 그의 ‘수영사랑’이 시작됐다. 당시 몸에 여러 가지 ‘안 좋은’ 징후가 나타났다. 몸이 무겁고 피로감이 느껴졌다. 어깨가 결리고 허리도 아파왔다. 병원에서 X-레이를 찍어보니 목이 ‘1’자로 굳어진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깨·허리·무릎까지 통증이 이어졌다. ‘디스크’라는 진단이 나왔다. 유방에 종양도 있었다. 다행히 양성으로 나왔지만 그를 긴장시키기엔 충분했다. 신장에 혹이 있고, 지방간 증세도 있었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수준이었다. 의사의 말을 들어보고, 여기저기 책을 뒤져봤다. 지인들에게도 물어봤다. 모든 병의 재활엔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김씨가 홍익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접영을 하는 모습. [조영회 기자]

에어로빅·볼링·수영 등을 시작했다. 하지만 몸은 더욱 힘들어졌다. 의사가 “왜 에어로빅·볼링을 하냐”고 질책했다. 당시엔 어떤 운동이든 하면 될 줄 알았다.

94년, 당시 문을 연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홍익스포츠센터를 찾아 수영만 했다. 이후 김씨의 삶이 달라졌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은 물론 허리 디스크가 달아났고, 다른 병도 진행되지 않았다.

지병을 고치고 보너스도 얻었다.

그가 하는 레크리에이션강사 일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호흡이 짧아진다고 하지만 수영을 시작한 이후로 이런 고민은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그는 “대부분의 다른 운동은 상대가 있어야 하지만, 수영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란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갖춰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정반대다. 오히려 갖출 것이 적고 손쉬운 운동이라고 했다.

“샤워하고 나면 더 이상 기분 좋을 순 없다”고 강조한다.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도 했다.

발병 초기 병원을 찾은 그는 ‘이런 몸으로 다니기 힘들지 않으셨냐’는 의사의 소견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영이 물리치료가 되고 있다’는 의사들의 말에 힘을 얻어 더욱 열심히 한다.

김씨는 또 “수영을 하는 사람 중 일부는 감기 걸리면 며칠 동안 거르는 사람이 있다”며 “오히려 이럴수록 수영을 해야 일찍 감기가 떨어진다”고 충고한다. 20여 년 수영을 해온 고수다운 멘트다.

이런 고마운 마음에 김씨는 어디를 가든 수영을 잊지 않고 ‘찾아서’ 한다.

김씨의 또 다른 ‘수영 예찬’이 이어진다.

“수영을 하면 목욕을 따로 안 가도 돼 경제적으로도 훌륭한 운동이에요.” 실속파 아줌마답다. 목욕비 빼면 수영은 ‘거저’하는 운동이란 얘기다.

함께 수영하는 20여 명의 홍익 ‘마스터반’ 아줌마들끼리 모임도 갖는다. 한달에 한번씩 모여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며 수다를 떨고, 정보도 공유한다.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챙기고, 자기만의 요리 노하우도 나눈다. 김장철에는 자신의 집에서 담근 김장 한두 포기씩 나눠먹기도 한다. 고기집은 어디가 맛있고, 어디가 물가가 싼지도 알아본다. 한 회원이 집에서 키운 닭의 달걀로 간식을 제공한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발가벗고 만난 사이라 허물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단다.

김씨는 ‘허리가 아프다’, ‘어깨가 결린다’, ‘오십견이다’라고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처방을 내린다. “수영하세요.”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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