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이승엽, 골프 장타자 김대현 대구서 3년째 함께 몸 만든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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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승엽(왼쪽)과 김대현. [중앙포토]

일본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34·요미우리)과 한국프로골프(KPGA) 장타자 김대현(22·하이트)이 종목과 나이를 뛰어넘는 우의를 다졌다.

이승엽은 두 달여의 국내 훈련을 마치고 이번 주말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지난 26일 마지막 훈련을 마친 그는 고향 후배 김대현과 가벼운 ‘쫑파티’를 가졌다.

둘은 겨울마다 대구 세진헬스클럽에서 3년째 함께 훈련해 왔다. 종목도, 훈련법도 다르지만 이승엽은 틈만 나면 “운동 열심히 해라”며 띠동갑 후배를 격려했다. 이승엽과 김대현은 이날 오창훈 세진헬스클럽 관장과 함께 대구 시내 음식점에서 회식을 열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둘은 서로 성공적인 새해를 기원했다.

만났다 하면 ‘거포들의 수다’다. 이승엽은 골프를 썩 잘 치지 못하지만 가끔 즐기는 편이다. 또 대구 출신 김대현은 어릴 적부터 고향 선배 이승엽의 팬이었다. 한국 야구 최고의 거포 이승엽과 KPGA 최고 장타자 김대현이 나눌 대화는 무궁무진하다.

이들을 함께 지도한 오 관장은 “이승엽과 김대현의 장타 비결엔 비슷한 점이 많다”고 소개했다. 오 관장에 따르면 김대현은 복근과 허리 회전력으로 장타를 터뜨리는 스타일이다. 호리호리한 체격(1m81㎝·72㎏)인데도 그의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국내 최장인 300야드에 이른다.

이승엽도 비슷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삼성 시절부터 그는 탁월한 힙턴(엉덩이 회전)을 이용해 홈런을 쳐냈다. 일본 진출 후에는 근력이 더해져 제대로만 맞으면 비거리 130~150m의 대형 홈런이 나온다. 비거리로는 동양권에선 적수가 없을 정도다.

오 관장은 “올겨울 이승엽은 복근 강화를 비롯해 몸의 전체적인 탄력을 키우는 훈련에 중점을 뒀다. 김대현의 훈련 프로그램도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김대현은 아직 어려서 이승엽이 드는 무게만큼을 권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2010년은 이승엽에게 부활, 김대현에게는 도약의 해다. 지난 2년간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이승엽은 올해로 요미우리와의 4년 계약이 만료된다. 스스로도 “강한 남자가 되겠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KPGA 상금랭킹 4위였던 김대현은 다음 달부터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올해 말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에 도전할 계획이다.

서로에게 너무나 중요한 한 해다. 이승엽과 김대현은 결연하면서도 기분 좋게 신년회를 마무리하고 힘찬 출발을 다짐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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