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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VS 애플 통신사 인수전 포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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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달러. 쉰넷 동갑내기인 그들이 받는 연봉이다. 이미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거의 무보수로 회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와 구글의 CEO 에릭 슈밋 얘기다. 하지만 그들의 회사는 끊임없이 돈을 비축하고 있다. 애플은 230억 달러(약 27조원), 구글은 220억 달러(약 26조원)를 갖고 있다. 그것도 당장 현금으로 융통할 수 있는 것만 따져서다. 서울시 1년 예산보다 많다.

구글은 최근 여기에 자금을 더 보탰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각각 500만 주의 구글 주식을 팔 것이라고 밝혔다. 55억 달러어치다. 뭔가 더 큰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애플도 심상치 않다. 애플은 지난해 말 골드먼삭스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전격 영입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연구소의 김홍선 대표는 “자금력은 곧 M&A 의지를 반영한다”며 “애플이나 구글의 최종 목표는 통신사 인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신사를 인수해 휴대전화 기기를 중심으로 한 통신 서비스를 하면 통신업계에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대 통신사가 휴대전화 제조사의 매출을 좌지우지하던 미국 통신업계의 역학관계가 바뀐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최근 제조사의 힘이 부쩍 커졌다.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해 내기 때문이다. 구글의 슈밋은 “언젠가는 모바일 광고로 전화비를 벌게 돼 공짜로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그렇게 되면 아무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변화의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애플도, 구글도 스마트폰을 통신사를 통해 팔지 않는다. 애플은 아이폰 영업을 직접 하고, 구글은 넥서스원을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다. 통신사를 선택하고 전화기를 고르는 게 아니라 전화기부터 사고 통신사를 고르게 된 것이다.

이미 구글은 준(準)통신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자체 인터넷전화 서비스 ‘구글 보이스’를 내놓으면서다.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 사이트에서 각종 콘텐트를 내려받을 수 있다. 통신업체인 AT&T는 지금까지 모든 콘텐트를 자사 사이트를 통해서만 다운로드하도록 해 왔다. AT&T가 애플에 밀린 것이다.

싸움은 이제 두 회사 간의 속도전으로 옮겨 가고 있다. 구글은 검색엔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온라인광고를 싹쓸이하고, 이렇게 번 돈으로 외연을 꾸준히 넓혀 왔다. 최근 1년6개월간 11개의 회사를 사들였다. 애플도 변하고 있다. CEO로 복귀한 1997년 이후 12년간 잡스가 사들인 회사는 8개뿐이었다. 이러던 그가 최근 다섯 달 새 3건의 M&A를 성사시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대항군으로 연합했던 둘 사이에도 균열이 생겼다. 애플은 지난해 구글 보이스를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았다. 구글이 눈독을 들여온 온라인 음악 사이트 ‘라라’도 8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애플은 MS와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 구글은 애플이 하던 신규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유튜브를 통해 시작했고,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을 7억5000만 달러에 샀다. 애플이 먼저 접촉했던 회사다. 비즈니스위크는 “지금까지가 탐색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본 게임”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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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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