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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파주 선사유적지 방치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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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탄강.임진강을 끼고 있는 경기북부 연천군과 파주시 일대는 선사시대 유적의 보고(寶庫)다. 특히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178 일대 23만여평 규모에는 문화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구석기 유적지가 있다.

그러나 20여년째 방치된 채 훼손돼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고있다.

또 연천군에는 30여기의 고인돌(支石墓)이 있다. 그러나 문화재로 지정, 관리 중인 곳은 단 3기 뿐. 상지석, 하지석리 등 지명에까지 유래될 정도로 고인돌이 많은 파주시 일대의 고인돌도 사정은 비슷하다.

◇ 연천 구석기 유적지=구석기 유적지가 있는 전곡읍 전곡리 한탄강 북쪽 37번 국도변 23만여평. 주변 37번 국도와 3번국도, 한탄강유원지 일대엔 변변한 안내표지판 하나 없다.

유적지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1천여평의 유적지 발굴현장에도 울타리나 현황판은 보이지 않는다. 유적 관리인이나 안내인은 물론 없다. 유적지에는 벽돌공장터 등이 흉한 모습으로 남아 있고 인근에는 폐가옥 5채가 방치돼 있다.

관할 관청인 연천군은 예산으로 유적지내 사유지 12만평에 대한 매입을 추진했지만 1만2천평만 사들였을 뿐 나머지는 사유지로 남아 있다.

◇ 연천 고인돌=전곡읍 전곡3리 구 상수도사업소 맞은편 한 가정집 마당에는 현무암 고인돌 1기가 방치돼 있다. 주변 곳곳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다. 전곡읍 전곡6리 한탄강관리사무소 뒷편 공터에는 응회암의 넓고 둥그런 고인돌이 반쯤 땅에 묻힌 채 놓여 있다.

이 고인돌은 1972년까지만 해도 받침돌까지 갖춘 완전한 형태로 연천읍 통현1리 수복식당 뒷뜰에 있었다. 다음해 인근에 한탄강교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파내어져 한탄강역 앞에 연천군 경계 표지석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때 바위 앞면에 '연천' 이란 검정 글씨가 새겨져 이중으로 훼손당했다.

96년 한탄강대교 건설공사가 한창일 때 자취를 감추었다 98년 10월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지만 지금까지 보존대책이 없다. 연천군문화원이 지석묘 31기를 조사한 결과 14기가 파손되거나 임의로 묻힌 것으로 드러났다.

◇ 파주 고인돌=교하.월롱면 등지에 3천여년전 청동기시대 지석묘 50여기가 있다. 유적으로 지정된 것은 월롱면 덕은리 산 46일대 8기(국가사적 148호)와 교하면 다율.당하리 산 4 일대 6기(경기도기념물 129호)등 2곳 뿐이다.

교하중학교 운동장 옆과 교문앞 도로변에는 고인돌 2기가 버려져 있다. 일부는 담장 축조 등 건축재로까지 쓰이고 있다.

◇ 대책마련 시급하다=학계에서는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를 정부나 민관 합동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적 지정이후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았고 연천군도 예산 등을 이유로 관리나 보존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천군은 지난해 4단계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시행여부는 불투명하다.

고인돌의 경우 연천군은 내년 중 지석묘 공원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파주시는 고인돌 주변 개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보존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이석우(李錫雨.42)사무국장은 "대책이 빨리 마련돼 체계적인 발굴.보존이 이뤄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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