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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욕] 핼러윈 데이 가면과 표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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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오는 31일은 미국인들의 귀신놀이 축제인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다. 정식 공휴일은 아니지만 이날은 추수감사절과 함께 미국의 양대 축제일이다.

올해의 핼러윈 축제는 여느 때보다 더 관심을 끈다. 대선 때문이다.

핼러윈 데이 저녁에 미국인들은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온갖 이상야릇한 가면을 쓰고 남의 집에 찾아가고 행진도 한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대선이 있는 해에 얼굴 가면이 많이 팔려 나간 후보가 선거에서 꼭 이기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1980년 대선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은 핼러윈 축제 때 얼굴가면 판매량 60%를 기록, 라이벌인 지미 카터의 40%를 앞질렀다. 선거 결과도 레이건의 대승이었다.

레이건은 84년에도 68%의 가면 판매율을 기록, 경쟁자였던 월터 먼데일(32%) 후보를 가볍게 따돌렸다.

88년 조지 부시 후보는 62%의 판매율을 등에 업고 38%에 머문 마이클 듀커키스 후보를 쉽게 제쳤다.

92년엔 빌 클린턴 후보가 41%, 조지 부시 후보가 39%, 로스 페로가 2%의 판매율을 각각 기록했다. 클린턴은 96년에도 56%의 판매율을 등에 업고 가면 판매율이 40%에 머문 밥 도울 후보를 쉽게 이겼다. 얼른 믿기 어려운 상관관계다.

80년 핼러윈 축제 때 등장한, 당나귀 귀에 입을 헤벌리고 웃는 레이건의 가면은 대히트를 했고 지금도 미국인들은 생일파티 같은 때 레이건 가면을 쓴다.

정치학자들이 레이건에 대해 별로 높지 않은 점수를 주는 데 반해 미국인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가 엄청난 배경엔 가면이 준 친근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민주당 앨 고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 참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후보의 가면이 많이 팔려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서 가면 디자이너들에겐 두 후보측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문 내용은 "우리당 후보의 얼굴을 최대한 우스꽝스럽고, 친근하고, 바보처럼 만들어 달라" 는 것이라고 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올해 누구 가면이 많이 팔렸느냐다.

미국 가면 판매업체들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고어와 부시의 가면 판매율은 49%대 48%로 팽팽한 접전을 보이고 있다.

24일 USA 투데이.CNN.갤럽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가 46%대 45%로 고어가 1%포인트 앞선 것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하지만 아직 핼러윈 데이까지는 며칠 남아 있어 누구 가면이 최종적으로 더 많이 팔릴지는 두고봐야 안다.

고어와 부시는 길거리에서 누가 상대방 가면을 쓰고 있는 걸 보면 가슴을 두근거려야 할 판이다.

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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