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크 없는 조선소' 현대중공업 쾌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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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중공업이 쾌거를 올렸다. '대형 선박은 도크에서 만들어진다'는 기존 관념을 깨고 맨땅에서 무려 10만5000t급 원유 운반선을 만들어 바다에 띄우는 신공법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 공법 개발로 현대는 많은 돈을 들여 도크를 추가로 안 짓고도 빠르고 안전하게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됐다. 국제특허를 출원 중인 이 '육상총조립공법'은 러시아 등에서 웬만한 조선소 1년치 물량인 16척의 배를 주문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불모지였던 한국 조선산업을 개척했던 현대가 이번엔 기술력으로 세계 조선사에 신기원을 연 것이다.

현대의 개가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경험과 노하우에서 나온 기술력의 승리다. 도크 없는 선박 건조에 외국 기업들은 코웃음쳤지만 현대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것이다. 이번 개가로 현대는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 경영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미 10년간 무분규를 선언할 정도로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현대뿐 아니라 최근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기술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60나노 8기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등을 개발했고, 포스코는 100여년 동안 최고기술로 평가받아온 용광로공법을 대체하는 '파이넥스' 신공법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기술력의 승리다.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나온 이런 성과는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놀라운 경영성과를 보이면서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은 한국 상품인 것 같다. (기업인들이) 참 장하고, 고맙다. 어떻게 도와줄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길은 하나다. 기업들이 기술개발과 경제 살리기에 신나게 뛸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면 된다. 그곳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