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수업에서 NIE활용하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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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명덕외고의 방과후 수업 NIE토의토론반 수업 모습. 학생들이 김영민 교사(가운데)의 지도에 따라 다양한 신문을 보며 스크랩할 기사를 고르고 있다. [최명헌 기자]


신문 읽으며 스스로 고민하는 힘 길러
“선생님, 답이 뭐예요? 빨리요!”

수업시간에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인터넷 검색에 익숙한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생기면 혼자 고민할 줄을 모른다. 즉각적으로 답부터 묻고 들은 것은 뒤돌아서면서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아이들에게 ‘너를 미워하는 친구와 어떻게 화해할래?’라고 한번 물어보세요. 열 명 중 예닐곱은 ‘잘’이라고 한마디 던지면 끝이에요. 말과 글은 생각의 표현인데 아이들의 사고가 그만큼 단편적이라는 거죠.” 잠실초등학교에서 ‘NIE독서논술반’을 담당하는 안영주(33·서울 돈암동)씨의 지적이다.

안씨는 초등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는 신문 기사를 읽게 한 뒤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처음엔 왜 직접 알려주지 않고 답을 물어보는지 의아해했다. 그때마다 “신문에는 답이 정해진 당연한 이야기는 실리지 않는다. 너희의 생각들이 모이면 그게 새로운 답이 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단어 몇 개만 주워섬기고 넘어가려고 하면 “그래, 멋진 생각인데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표현해보자”고 설득해 육하원칙을 하나씩 짚어가며 문장을 완결시켰다.

6개월쯤 지나자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신종 플루에 대한 기사를 읽은 뒤 “할아버지·할머니보다 우리가 더 건강한데 왜 타미플루는 우리들이 먼저 맞아요?”라고 질문해 안씨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기사를 읽고 직접 고민해 의문점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정제된 표현·정보로 논술 시험 대비도

김동민(잠실초 4)군은 지난해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두 차례 상을 받았다. 김군의 어머니는 “NIE 수업 덕을 톡톡히 봤다”며 뿌듯해했다.

“동민이가 NIE 수업을 받기 전까지는 일기도 제대로 쓸 줄 몰랐어요. 하루에 있었던 일을 두서없이 나열해 놓은 게 다였죠. 그런데 요즘은 한 가지 주제에 맞춰 단락까지 구분해 가며 쓰더라고요.” 김군의 어머니는 “시험 유형도 쓰기 위주로 바뀐다는데 NIE를 꾸준히 시킬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재원(서일중 2)양 역시 방과후 수업으로 NIE반을 듣고 있다. 서술형 시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담당 교사는 “신문 일기를 써보라”고 제안했다. 김양은 “내신 대비는 물론 나중에 입학사정관제 준비까지 될 것 같아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명덕외고 김영민(국어) 교사는 수업시간에 “대학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대학별 논·구술 시험에 겁을 내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그런 학생들에게 “신문을 보라”고 권한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창의적인 사고력’이라는 것도 결국은 사회 흐름을 정확히 읽어 상식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죠. 신문에 실린 구체적이고 정제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대입도 두려워할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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