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엘리야의 한 레스토랑을 방문해 생후 16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있다. 오바마는 금융 개혁에 반발하는 월가와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엘리야(오하이오주) 로이터=연합뉴스]
그의 변화를 놓고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24일 “오바마가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매사추세츠 선거에서 패배한 뒤 대중의 정서를 자극하는 강공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았다. 오바마는 21일 “월가 대형은행들의 위험한 투자를 규제하겠다”며 “저항하는 세력이 싸우겠다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다음날엔 오하이오주 로레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건강보험·금융개혁을 지속하겠다. 대통령 자리에 있는 한 이를 위한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날 연설에선 “싸우겠다(fight)”는 단어를 20차례 이상 사용했다.
상원에서 민주당의 ‘수퍼 60석’이 무너져 개혁 법안 처리에 빨간 불이 켜진 게 계기다. 여기에다 계속되는 지지도 하락으로 11월 중간선거와 재선 도전에 위기감이 높아져 대중의 정서를 파고 들게 됐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더 이상 민심 이반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본거지라는 매사추세츠주에서 그는 대선 때 57%의 백인 지지를 받았지만 현재는 47%로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인 퍼블릭 폴리시 폴링(PPP)이 최근 발표한 차기 대선 관련 조사에서 그는 공화당 잠재 후보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에게도 45%대 44%로 선두자리를 내줬다. 오바마가 1대1 가상대결에서 상대방에게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P 칼럼니스트 댄 발즈는 “오바마의 최근 연설은 ‘분노엔 분노’로 싸우겠다는 결심을 보여준다”며 “오바마는 미국인이 금융 구제와 월가의 보너스 잔치에 짜증을 낸다면 자신도 똑같이 노여워하겠다는 믿음을 미국인에게 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