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새로운 비전 연 한·인도 관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인도는 불교의 발상지이자 마하트마 간디, 그리고 시성(詩聖) 타고르를 배출한 나라로 우리에게는 매우 친숙하다.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왕의 왕비가 되었다는 설화가 있으며, 양국 간에는 이미 5~6세기께에 실크로드 교역 및 불교 전파 등 교류가 있었다. 최근에는 인도의 신비감과 문화에 매료돼 많은 사람이 배낭여행을 떠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광대한 영토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는 더 이상 ‘잠자는 코끼리’가 아니라 21세기의 대국으로 빠르게 거듭나고 있다. 브릭스(BRICs)의 일원인 인도는 2030년께에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현재 구매력 기준은 세계 4위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인도 경제는 최근 5년간 평균 8%로 초고속 성장했고, 특히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인도 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기 위해 인도를 국빈방문 중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인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신아시아 외교’의 또다른 핵심 축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양국의 협력범위는 경제·사회·문화를 넘어 정치·안보 등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며, 인도 공화국 선포 기념일 행사장 연단에 인도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이러한 양국 관계 격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인구 12억 명의 거대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 진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2004년 55억 달러 수준이던 양국 교역이 2008년 156억 달러로 3배 증가했으나 향후 확대 여지는 매우 크다. 양국 정상은 2014년 교역액 ‘300억 달러 달성’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1월 1일 발효한 한국·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의 원활한 이행방안을 협의했다.

또한 전력난 해소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건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도와 민간 원자력협력에 합의함으로써 향후 20여 년간 10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는 인도 시장 진출 토대를 닦았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우주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로 향후 활발한 협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기술협력센터 설치는 인도가 소프트웨어 수퍼파워라는 점에서 우리 첨단연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인도 소프트웨어와 한국의 선진 하드웨어 기술이 결합한다면 함께 정보기술(IT) 분야의 신기원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들어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아시아로부터 창출되고 있으며, 세계질서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번 인도 방문은 이와 같은 역사적 흐름에 발맞추어 지난해 동남아·대양주·중앙아 순방 및 한국·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서남아에서의 ‘신아시아 외교’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우리 외교의 지평 확대와 질적 성장을 발판 삼아 우리 정부는 ‘글로벌 코리아’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