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된 일본 2천엔 지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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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도쿄〓남윤호 특파원] 지난 7월 일본에서 새로 나온 2천엔짜리 지폐가 발행 3개월이 지나도록 유통이 제대로 안돼 일본은행이 '재고 처리' 에 고심하고 있다.

지금까지 4억7천만매를 찍었으나 3억5천만매가 일본은행 금고에 쌓여있고 시중에 나돌고 있는 것은 1억2천만매에 불과하다.

시중 유통분도 활발히 사용되기는 커녕 대부분 금융기관의 금고에 처박혀 있다.

유통이 부진한 것은 아직 금융기관의 자동입출금기(ATM)와 각종 자동판매기.열차표 발매기 등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점심 값은 대부분 1천엔 이하이며, 술 한잔 곁들인 저녁식사 값은 1인당 3천~5천엔 정도여서 일상생활에서 2천엔권을 그리 요긴하게 쓸 경우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본점 직원들에게 급여의 일부를 이달부터 2천엔권으로 주기로 했다.

본점 일반직은 1인당 10매, 관리직은 1인당 1백매로 할당량까지 정했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총재도 예외없이 1백매를 수령하게 된다.

일본은행은 이렇게라도 해서 2천엔권을 매달 1억엔씩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본은행은 일본백화점협회.전국은행협회 등 주요 업종단체에 지폐 판독장치의 개선을 공식 요청했다.

이들 기계의 조정작업은 내년이나 돼야 본격화할 전망이다.

2천엔권은 일본은행이 서기 2000년의 개막과 오키나와(沖繩)주요국(G8)정상회담을 기념해 1만엔.5천엔.1천엔권에 이어 42년 만에 새로 발행한 지폐다.

2천엔권 발행 직전 권종별 유통 비율은 매수 기준으로 1만엔권 60.2%, 1천엔권 35.2%, 5천엔권 4.6%였다.

한편 '2' 로 시작하는 지폐의 경우 미국이 2달러.20달러, 영국이 20파운드, 프랑스가 2백프랑짜리를 각각 발행하고 있으며 발행 매수는 전체의 25~28%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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