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우리법연구회 해체 원해” 중앙일보 보도 뒤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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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이었던 박시환 대법관이 21일 대법원에서 열린 사립학교 종교 자유에 대한 공개 변론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진보성향 법관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해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원한다”는 본지 보도(1월 23일자 1면)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 말까지 연구회 회장을 지낸 문형배(46)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4일 “2005년부터 해체 여부에 대한 논의가 수시로 있었지만 그때마다 ‘해체하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잘못된 점이 있으면 고치면 되지 해체할 필요는 없다는 게 논란 때마다 나온 결론”이라고 말했다. 문 부장은 “이 대법원장이 우리 모임에 대한 이념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 아니라 사법부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그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법연구회를 탈퇴한 한 판사는 “이념 문제를 떠나 대법원장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을 때 해체했어야 했다”며 “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당시 대법원장의 의견을 잘못 판단하는 바람에 사법부가 정치권 등의 공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해체할 경우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며 “정치권의 공격이 사라진 뒤 자연스럽게 해체하면 사법부에 부담을 주는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회 회원으로 있었던 또 다른 판사는 “연구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법원 내·외부에서 본질과 다른 평가를 받는 법관들이 많다”며 “이 대법원장의 말처럼 이념적 성향 여부를 떠나 사법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해체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연구회 해체 여부를 놓고 중견 판사와 소장 판사들 사이의 의견이 달라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형배 부장은 “나도 나이 든 회원에 속하지만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 나이대별 의견차가 있다는 것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반포동에 있는 한 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취재진이 몰릴 것에 대비해 경호원 2명이 함께했다. 예배가 끝난 뒤 이 대법원장은 최근의 판결 논란과 정치권의 사법개혁 논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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