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담장’ 위의 이동국·박주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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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이 남아공과 스페인으로 이어진 20일간의 전지훈련을 마무리했다. 사진은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스페인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 [마르베야(스페인)=연합뉴스]

허정무 팀이 23일(한국시간) 라트비아를 1-0으로 꺾으며 20일간의 전지훈련을 마무리했다. 허정무 감독은 24일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이번 전훈을 되돌아보며 “해외파가 대부분 빠져 사실상 새로운 대표팀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를 발견한 것이 성과”라고 정리했다. 허정무 팀은 남아공에서 잠비아(2-4패) 및 현지 프로팀 플래티넘 스타스(0-0무), 베이 유나이티드(3-1승)와 평가전을 치렀다. 2차 전훈지인 스페인으로 이동한 뒤에는 핀란드(2-0승)와 라트비아(1-0승)를 연거푸 격파하며 월드컵 조별예선 첫 번째 상대인 그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웠다.

◆서서히 드러나는 최종 엔트리 윤곽=허 감독은 전지훈련을 떠나며 “국내파와 해외파 사이에 경기력과 경험 차이가 있다”며 국내파 옥석 가리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허심(許心)을 사로잡은 선수들은 누구일까. 허 감독은 선수 이름을 들지는 않았지만 “이번 전훈에서 기대에 못 미친 선수도 있고, 생각보다 괜찮은 선수도 있었다”며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릴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를 치러보면 국내파 주축의 윤곽은 다 나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최종 엔트리 선발 기준으로는 월드컵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꼽았다. “본선 경쟁력에는 경기력과 경기 운영 능력은 물론 팀 전체와의 호흡과 조화, 기술,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동국? 아직은. 박주호? 이제부터=이번 전훈에서 타깃맨으로서의 가능성을 시험 받았던 이동국(31·전북)은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베이 유나이티드와의 연습경기에서 2골을 넣었지만 기대했던 A매치 복귀골은 터지지 않았고 체력과 운동량도 허 감독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했다. 허 감독은 “이동국은 스트라이커 외에 다른 포지션은 소화할 수 없다. 강팀을 상대로 뭔가 해줄 경쟁력이 있는지 다른 공격수들과 비교해야 한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박주호(23·주빌로 이와타)도 “더 지켜봐야 할 선수”로 지목됐다. 그러나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허 감독은 라트비아전이 끝난 뒤 “대학교(숭실대) 때부터 눈여겨 봤다. 능력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극찬했다. 핀란드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한 그는 체격이 좋은 유럽 팀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수비력과 날카로운 돌파 능력을 인정받았다.

 마르베야(스페인)=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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