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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부모가 알아야 할 것 ③·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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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뇨? 게임을 할 때보면 얼마나 집중을 잘하는데요.”

지난해 겨울 동훈이(가명·11세) 엄마는 학교에 갔다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우 산만해 ADHD가 의심된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평소 ‘일찍 일어나라, 숙제해라, 학원 가라, 밥 먹어라’ 등 엄마 말을 잘 안 듣긴 했어도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생님이 들려준 동훈이의 학교생활은 엄마가 전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부모가 아이의 이상행동을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의외로 더 모를 수 있다. 특히 ADHD 어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을 잘해 오히려 칭찬을 받기도 한다.

대구가톨릭대 소아청소년과 최태영 교수는 “아이가 ADHD로 학교생활과 친구관계에 문제를 겪고 있어도 모르는 부모가 많다”며 “오히려 선생님의 평가가 맞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생님 입장에선 아이에 대해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있더라도 학부모에게 이를 알리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치료시기를 놓치는 동안 ADHD 어린이의 고통스러운 하루는 계속된다.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이다 보니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해외의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ADHD 어린이는 3명 중 1명이 응급실 신세를 질 만큼 잘 다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형제와 다투는 일도 일반 아동에 비해 2~4배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상도 만만찮지만 가장 힘든 건 마음의 상처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조수철 교수는 “보통 ADHD 어린이의 이상행동이 학습능력에만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론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자존감이 부족해지는 등 정서장애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어린이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도록 조기발견·조기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다 말겠지’ 하고 방치하면 어른이 돼서 성인집중력장애(ADD)나 성격장애로 나타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ADHD 증상이 있었지만 모르고 넘어갔다가 훗날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는 것이다.

취학 후 아동이라면 한번쯤 학교·학원 선생님을 통해 아이의 태도가 반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듣는 게 좋다. 문제가 있다면 병원에서 집중력평가나 심리검사를 받는다. 최태영 교수는 “ADHD로 진단돼 1~2년 약물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기존에는 작용시간이 2~3시간으로 짧은 약을 하루에 여러 번 먹었으나, 최근엔 아침에 한 번 복용하면 약효가 하루 종일 지속되는 약(성분명:아토목세틴)이 나와 있다. 학교에 있는 시간에 약을 먹으면 반 친구들이 ‘정신과 약 먹는 이상한 애’라며 놀릴 수 있다.

대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지욱 교수는 “약효가 24시간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약은 ADHD 어린이가 이른 아침이든 늦은 밤이든 가족과 편안하게 어울리며 즐거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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