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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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3일 이스라엘 병사 2명이 살해된지 1시간 만에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중동의 화약고가 불붙고 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12일 거국 비상정부 구성안을 발표하자마자 우파 야당 지도자인 아리엘 샤론과 전격 회동했다.

샤론은 지난달 28일 동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함으로써 이번 유혈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으로 이스라엘 내 매파의 대표다.

이에 따라 바라크 총리가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상 이후 좁아진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강경책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예멘의 아덴항에 정박해 있던 구축함이 자살테러 공격을 당할 때 뉴욕주의 자택에서 부인 힐러리 여사와 25주년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고 있었다.

그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워싱턴으로 돌아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우리는 반드시 이런 만행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내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경고했다.

클린턴이 신속하게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나선 것은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자칫 우유부단한 대응을 할 경우 민주당측에 크게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해서는 안보리가 새 결의안을 내야 한다' 고 팔레스타인측이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미국측 반대로 무산됐다.

리처드 홀브룩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7일에도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아무 효과가 없었다" 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의 중재가 벽에 부닥친 상황에서 끈질긴 노력으로 12일 조지 테넷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까지 참석시켜 3자간 고위급 안보회담을 열자는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갑자기 사태가 악화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지전을 벌이는 상황으로 가자 크게 당황하는 모습.

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국지전이 발발하는 바람에 지난 9일부터 양측 지도자를 번갈아 만나며 셔틀 외교를 펼쳐왔던 코피 아난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미국 정부는 예멘의 아덴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국 구축함 피격사건 직후 전세계 미국인들에게 테러에 대비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미 국무부는 특히 예멘과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의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한편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관도 이스라엘을 여행 중인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이스라엘 내 거주 교민은 4백여명이며 베들레헴에 거주하는 한 가족을 제외하고는 모두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밖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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