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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한국관광 최대고객 일본 중요성 재인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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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북관계의 개선과 서울에서 개최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우리는 관광산업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21세기의 아시아 관광 중심국으로 도약시킨다는 목표 아래 2010년 외국인 관광객 1천만명, 관광수입 1백30억달러 달성을 위한 관광산업 육성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4백66만명이다. 이중 일본인은 무려 2백18만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46.9%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관광시장 점유율과 경기회복세를 고려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2002년 2백80만명, 2004년에는 3백1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가장 있기 있는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일본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

우선 관광상품의 문제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대체로 오락과 쇼핑을 즐기는 편이다.

상품만 좋으면 돈도 아낌없이 쓴다. 하지만 일본인 친구들에게서 자주 듣는 얘기는 "한국에는 좋아하는 놀이도 특별한 것이 없고 어딜가도 비슷하다" 는 것이다.

그들의 지적처럼 아직 우리나라는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놀거리 등의 기반시설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덕수궁.경복궁.롯데월드 민속관.통일전망대.공주.부여 등 주요 관광지에 아직도 문화재에 관한 안내 표지판.설명문이 일본어로 돼 있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일본의 경우 적극적인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방의 현(縣)에서도 한국어로 표지판을 만들어 놓은 곳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백제문화 유적을 보여 줄 수 있는 곳은 일본의 조상이 한국이라는 것을 일본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일본어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관광코스도 부족한 점이 많다. 대부분 관광코스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문화 유적을 관광시키는 코스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

서비스에서는 외적인 면보다 내적인 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식당 등에서의 예절에 대해 외국인들의 의견이 많이 나오는데 친절하다는 칭찬보다 대부분 무뚝뚝하고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본에는 김치나 불고기.소주.돌솥비빔밥 등에 대한 홍보가 잘 돼 있어 본고장의 맛을 즐기려는 식도락객들의 방문이 늘고 있지만, 아직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념품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일본의 경우 관광지마다 토산품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지방마다 특별한 토산품 자체가 없는 곳이 많고 홍보도 부족하다.

그곳에 가야만 그 상품을 살 수 있고 전통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관광진흥이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주도해 토산품 개발 및 홍보에 힘써야 하겠다.

일본인 해외여행의 특징은 단체 여행객 못지 않게 개인.가족.소규모 그룹에 의한 여행객이 많고 고령층 및 장애인의 여행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각 계층에 대한 특색있는 관광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결국 일본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관광산업 종사자들이 조금만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일본은 관광산업에 있어 황금시장이 될 수 있다.

한국 관광시장의 가장 큰 고객인 일본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지속적인 일본인 관광객 유치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조구현 <서울보건대.관광일어통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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