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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중동…미국도 불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12일 팔레스타인 군중이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살해하고 이스라엘군이 사건 발생지인 서안지구의 라말라 경찰서는 물론 가자시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본부 등을 보복공격한 것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상이 일단 물 건너 갔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무장 헬기가 가자시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주요 관청을 공격하자 본거지를 유린당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스라엘이 선전포고한 것" 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스라엘의 빈냐민 벤 엘리저 부총리는 이날 한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라파트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는 길을 선택했으며 평화 협상은 완전히 죽었다" 고 말했다.

현재 상황이 비록 제한적이나마 전쟁상태임을 양측 모두 선언한 셈이다. 동예루살렘 성지를 둘러싼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의 지루한 유혈 충돌이 결국 국지전으로 확대됐다.

게다가 중동 지역을 맡고 있는 미 제5함대의 구축함 한 척이 같은 날 예멘의 아덴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받아 4명의 승무원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인명 손실을 본 미국이 테러리즘에 대처한다는 이유로 중동 사태에 더욱 공격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사태가 무턱대고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이 팔레스타인 군중이 병사 2명을 살해한 데 대한 제한된 보복공격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주변 지역과 분쟁을 겪으면서 항상 해왔던 행동방식일 뿐이라는 소리다. 게다가 사태가 발생하자 국제 유가가 즉각 오르고 뉴욕 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등 세계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쳤음도 유의할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국지전을 계기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자신의 힘과 상대방의 힘을 잘 비교해 협상에 임하라는 교훈을 줬고 팔레스타인은 중동의 위기는 세계의 위기임을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에 인식시켰음이 양측의 유일한 이득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진행돼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은 당분간 교착 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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