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팔레스타인 군중이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살해하고 이스라엘군이 사건 발생지인 서안지구의 라말라 경찰서는 물론 가자시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본부 등을 보복공격한 것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상이 일단 물 건너 갔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무장 헬기가 가자시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주요 관청을 공격하자 본거지를 유린당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스라엘이 선전포고한 것" 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스라엘의 빈냐민 벤 엘리저 부총리는 이날 한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라파트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는 길을 선택했으며 평화 협상은 완전히 죽었다" 고 말했다.
현재 상황이 비록 제한적이나마 전쟁상태임을 양측 모두 선언한 셈이다. 동예루살렘 성지를 둘러싼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의 지루한 유혈 충돌이 결국 국지전으로 확대됐다.
게다가 중동 지역을 맡고 있는 미 제5함대의 구축함 한 척이 같은 날 예멘의 아덴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받아 4명의 승무원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인명 손실을 본 미국이 테러리즘에 대처한다는 이유로 중동 사태에 더욱 공격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사태가 무턱대고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이 팔레스타인 군중이 병사 2명을 살해한 데 대한 제한된 보복공격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주변 지역과 분쟁을 겪으면서 항상 해왔던 행동방식일 뿐이라는 소리다. 게다가 사태가 발생하자 국제 유가가 즉각 오르고 뉴욕 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등 세계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쳤음도 유의할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국지전을 계기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자신의 힘과 상대방의 힘을 잘 비교해 협상에 임하라는 교훈을 줬고 팔레스타인은 중동의 위기는 세계의 위기임을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에 인식시켰음이 양측의 유일한 이득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진행돼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은 당분간 교착 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