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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시청률 40% 『예능의 정석』에 답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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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박2일’의 복불복 게임 장면. 승부에 따라 밥을 먹을 수도 못 먹을 수도 있는 ‘복불복’ 게임은 이 프로그램의 히트작이다. 예측 불허의 리얼 상황이 시트콤처럼 펼쳐지며 인기몰이 중이다. [KBS 제공]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에 불만 많은 당신, 연예인들의 그저 그런 수다가 꼴 사납다고 하셨던가요. 그렇다면 KBS2 ‘1박2일’은 어떠신지. 머뭇거리는 당신, 두어 번 본 적은 있다고요. 그러시겠죠. 최근 예능 사상 최초로 2주 연속 시청률 40%를 돌파했으니까요. 우리나라 열 집 중 네 집이 본 셈이죠. 대박 드라마 시청률을 탐할 정도로 ‘1박2일’이 잘 나 갈가는 까닭은 뭘까요.

강호동 저서 『예능의 정석』(사진)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송 도중 지어낸 가상의 책이죠. 한데 지난해 100회 방송 때 이 책이 실제로 나왔습니다. 팬들이 80쪽 분량의 실제 책을 보내준 겁니다. 방송에서 내뱉었던 강호동식 ‘예능 공식’이 담겼습니다. 정가는 꼬막 2000개. 시중에선 구할 수 없는 한정판입니다.

자, 그럼 강호동의 『예능의 정석』을 토대로 이 프로의 대박 비결을 파헤쳐 볼까요. 저자 직강은 아닙니다만, ‘1박2일’의 핵심만을 콕 집어드리는 특강쯤은 되겠습니다.

#제1장 ‘MC는 강호동이다’

강호동은 유재석과 더불어 ‘국민 MC’로 불리죠. 그런데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프로그램 특성상, 부드러운 리더십의 유재석보단 강한 리더십의 강호동이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강호동은 팀원을 세심하게 챙기기보다 편 가르기를 주도하고, 게임에 불복하고 떼를 쓰는 등 ‘악동’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 묘한 승부욕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곤 합니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물만 보이면 뛰어드는 모습도 그가 주도했죠. 소소한 애드리브에도 데굴데굴 구르며 웃어주는 모습도 팀원들을 추켜세우면서 프로그램도 원활하게 하는 그만의 특장입니다. 연출 이명한 PD도 “강호동은 강한 카리스마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웃음으로 연결하고 강약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제2장 시트콤 같은 이야기 전개

리얼 버라이어티의 생명력은 잘 다듬어진 캐릭터에서 솟구칩니다. 2007년 8월 첫 방송 이후 수개월간 ‘1박2일’이 우왕좌왕 했던 것도 캐릭터가 약해서였죠. 하지만 강호동·김C·이수근·은지원·MC몽·김종민·이승기 등 출연진의 캐릭터가 정착되면서 예능 프로면서도 시트콤 같은 스토리가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바른 청년’ 이승기에게서 엉뚱한 ‘허당’ 캐릭터를 끄집어낸 건 최대 수확이죠. ‘초딩’ 캐릭터를 얻은 아이돌 출신 은지원이나 개그맨 이수근의 예능감을 끌어낸 것도 마찬가집니다.

제작진이 캐릭터를 부여한 게 아니라, 출연진이 직접 발굴해 낸 캐릭터라 그 힘이 더 크죠.

#제3장 ‘리얼이 통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엔 정교한 대본이 없습니다. 더구나 야생이 무대인 ‘1박2일’로선 꽉 짜인 대본을 생각조차 못하죠. 그런데 그 예측 불허의 리얼함이 이 프로의 강점입니다.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뜨지 못 해 행선지가 제주에서 을왕리로 갑작스레 바뀌는가 하면, 최근 혹한기 대비 캠프에선 갑작스런 폭설로 긴급 철수가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은지원은 홀로 무인도에 갇힌 적도 있죠. 한데 그런 난감한 상황을 팀원들이 극복해가는 모습 자체가 흥미로운 볼거리가 됩니다. 카메라가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심지어 샤워조차!) 일일이 담아내는 것도 느닷없는 재미를 잡아채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3월 초엔 남극행이 결정됐는데, 어떤 리얼 상황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제4장 ‘장벽을 없애라’

연출·촬영·조명 등 스태프들은 보통 화면 밖에 머뭅니다. 그런데 이 프로, 그런 상식과 장벽을 확 뒤집었습니다. 출연자들과의 복불복 게임에서 패한 스태프 80명이 야외 취침하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나영석 PD·김대주 작가 등 제작진이 화면에 얼굴을 내미는 일도 잦습니다.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을 통해 시청자와의 장벽도 허물었죠. 올해 준비중인 시청자 특집 편엔 약 150만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고 합니다. 이 예능 프로, 과연 대박이죠?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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