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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인영화관 막을 일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영화에 대한 등급분류 보류제도를 폐지하고 '제한상영관' , 즉 성인영화 전용관 도입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그동안 등급분류 보류제도가 실질적인 사전검열 기능을 대신함으로써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 를 구속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개정안은 위헌 소지를 없애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올바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도한 성이나 폭력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케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아 극장 상영의 길이 막혔던 영화들도 내년부터 전용관에서는 상영할 수 있게 된다.

그럴 경우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도저히 극장 상영을 허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음란.폭력물이나 국기(國基) 자체를 뒤흔드는 영화도 전용관에서는 상영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 관련법으로 접근할 문제다.

1998년과 99년에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 심의에 올라간 사례가 있지만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가 엇갈려 번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거짓말' 이나 '감각의 제국' 같은 영화도 '자율적 가위질' 을 통해 결국 영화관에서 상영됨으로써 청소년들의 호기심만 부채질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허술한 단속으로 청소년들이 실제로 이런 영화에 노출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이번에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냉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바란다.

제한상영관 도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단속과 엄격한 관리를 통해 청소년의 접근을 막는 일이다.

말 그대로 제한상영관은 제한된 수요층만 드나드는 제한된 장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광고기준, 설치장소, 출입통제, 위반시 벌칙기준 등을 시행령에 엄격히 정해 전용관의 우범지대화를 예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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