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CDMA 해외에 첫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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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호치민시〓이원호 기자] 오토바이와 시클로(자전거 인력거)가 물결치는 베트남 제1의 경제도시 호치민시의 한 전자상가에 전시된 대형 TV에선 7번 채널이 방영하는 한국 드라마가 눈에 띈다. 가판대의 신문엔 인기 탤런트 장동건이 광고모델로 실려 있다.

젊은 여성들은 한국산 립스틱과 아이섀도로 화장하고, 대형 입간판마다 삼성.LG 등의 브랜드가 선명하다.

메콩강 경제권의 핵심인 베트남의 시장개방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한국 기업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앞만 보고 달릴 뿐이다. " 호치민시의 번화가인 메린포인트에서 만난 대학생 반(19)양은 최근 베트남 경제의 움직임을 이렇게 말했다.

특히 다음달에는 베트남 경제에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문까지 예정돼 있다.

미국의 모토로라, 일본의 NTT 등 세계 유력기업들이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통신이다. 산업개발에 필수적 인프라이면서도 아직 보급률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일반전화 가입자가 3백여만명으로 1백명당 3.8대꼴이며, 휴대폰과 인터넷 인구도 63만명과 1만4백명에 불과하다. 인구 8천만명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라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엄청나다. 베트남 정부도 최근 들어 통신 보급률 높이기에 안간힘이다.

호치민시가 국영회사.경찰.군.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설립한 사이공포스텔(SPT)의 응어황민 회장은 "최근 전화가입 신청이 매주 2만명씩 늘어나는 등 통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며 "정부에서 통신을 지역경제 균형발전의 초석으로 보고 보급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10일 소피텔 호텔에서는 조정남 SK텔레콤 사장.서평원 LG전자 사장이 SPT의 응어황민 회장과 '차세대 디지털 이동전화(CDMA방식의 IS-95)경영합작 계약' 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의 초기 단계인 IS-95C가 내년 말에는 베트남 전국에서 서비스된다.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된 국산 CDMA(동기.북미식)기술이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에 본격 진출하는 것이다.

조정남 사장은 "세계 유수기업들이 진출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한 셈" 이라고 이번 협력의 의미를 설명했다.

서평원 사장도 "그동안 CDMA 장비의 해외 공급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 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LG.동아전기가 합작 설립한 SLD텔레콤의 박명옥 사장은 "몇년 내 가입자 1백만명을 유치, 현재 60여만명에 불과한 베트남 휴대폰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겠다" 고 말했다.

휴대폰 소매상인 벅(25)씨는 "한국의 첨단 통신기술이 중국에도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며 한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베트남 통신서비스는 1995년 제1통신업체인 국영 VNPT가 유무선 통신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이후 제2이동통신업체인 베텔'(Vietel)'이 휴대폰.무선호출.우편사업 등에 손을 대고 있다.

사이공포스텔은 제3이통업체다. 우리나라는 이에 앞서 한국통신이 VNPT와 4천만달러 규모의 전화망 확장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통은 향후 7년간 자금과 교육훈련 등을 지원하면서 VNPT와의 공동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호치민시〓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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