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가 말하는 우리법연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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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전 회장

우리법연구회 전 회장인 문형배(45)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1일 “우리법연구회는 노태우 정부 때부터 있었고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사람도 이 모임 출신인데 우리를 좌편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부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관들의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가 법원 내 파벌을 만들고 편향 판결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여권에서 나온 해체 주장에 대해서도 “연구회 활동이 법관 윤리에 어긋나는지는 대법원이 판단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결정하는 게 맞지 정치인이 간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문 부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가운데 ‘주류의 일원으로 편입된 이상 기존 주류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내용 때문에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우리법연구회가 자신들과 성향이 다른 법관을 구분해 주류·비주류 형태로 세력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다수 회원이 대법원장의 철학을 지지하고 있어 이를 주류라고 표현했을 뿐 편가르기하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 회원이 법관의 주요 보직인 법원행정처에 갔다고 해서 인사상 이익을 받겠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장의 철학은 무엇이냐”는 질문엔 그는 “구술심리·공판중심주의와 화이트칼라·선거범죄에 대한 엄단일 뿐 이념적인 것은 없다”고 답했다.

‘박시환(현 대법관) 정신으로 함께 나아갈 것’이라는 문구에 대해선 “외국법이 아닌 우리 실정법을 연구하자는 모임 제안자의 뜻을 잇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부장은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법원 내부통신망에 학술단체로 등록하고 지난해 10월엔 공개세미나를 열었다. 올해는 학술논문집을 통해 명단까지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대체 어떤 노력을 더 해야 이념단체라는 낙인을 떨칠 수 있는지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대안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비판만 한다”고 했다. “사실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고칠 준비가 돼있지만, 이미지와 인상만으로 비판하면 고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선고와 관련해선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항소심에서 바로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판사와 PD수첩 무죄 판결을 내린 문성관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소속도 아닌데 이런 판결이 날 때마다 연구회를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문 부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2년 법관(연수원 18기)에 임용됐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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