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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아직도 경찰을 폭행하는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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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예전에 인터폴에서 주최한 국제회의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경찰이 어떻게 폭행당할 수 있느냐. 한국 경찰은 그렇게 힘이 없어 어떻게 법 집행을 할 수 있느냐” 등 외국 경찰관들이 물어왔다. 아마 CNN에 방영된 극렬했던 우리 시위현장을 시청했던 모양이다. 순간 나는 부끄러움과 당혹감으로 아주 난처했던 기억이 난다. 시위대들이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진압 경찰관들을 후려치고, 때로는 무방비 상태의 경찰관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장면들을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일선 지구대에서 경찰관들이 멱살을 잡히고, 뺨을 얻어맞는 장면을 본다면 아마 기절초풍할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 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단 말인가. 미국에선 경찰관을 한 개인이 아닌 법 그 자체로 인식하고, 한국에서는 경찰관을 그냥 경찰을 직업으로 가진 한 개인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행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은 오랜 세월을 거쳐 성숙한 시민사회를 형성해 왔다. 법은 사회를 유지해 나가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고, 그래서 경찰관의 법 집행에 순순히 응하며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항하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강제력 행사는 사회적으로 수용된다.

이제는 우리도 법과 경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미국 경찰행정학 교재는 ‘경찰은 최고로 고귀한(noble) 직업이다’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그 이유는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란다.

박외병 경찰청 외사기획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