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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지명 아직도 곳곳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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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해방된 지 반 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식 지명이 그대로 사용되는 곳이 많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 전주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이 있는 덕진구 동산동(東山洞)은 일본 미쓰비시 재벌의 초대 총수인 이와사키의 호인 히가시야마(東山)에서 유래했다.

이와사키는 일제시대 이곳에 농장을 세우고 세를 과시하기 위해 주변 건물의 이름도 ‘동산’이라는 명칭을 붙이도록 했다.이후 학교·역·우체국 등 각 기관 명칭에 ‘동산’이라는 말이 붙고,유서깊고 아름다운 본래의 지명 ‘쪽구름리(片雲里)’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봄 나루’라는 정겨운 뜻을 지닌 전북 익산시 춘포면(春浦面)에서는 ‘대장촌교회’‘대장촌슈퍼’‘대장촌만화점’등처럼 ‘대장촌’이란 지명이 널리 쓰이고 있다.

‘대장촌’은 전 일본수상이었던 하세가와의 조상이 춘포에 만든 대장촌(大場村)농장에서 출발했다.해방후 공식 지명이 ’춘포‘ 바뀌었지만 일상생활에선 아직도 ‘대장촌’이 아직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 임실군의 ‘관촌(館村)’,군산시의 ‘금동(錦洞)’‘미원동(米原洞)’등도 일본인들이 거주하면서 붙인 이름들로 지적되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애향정신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일본식 지명의 잔재를 씻어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신정일(辛正一)전주 황토현문화연구소장은 “해방된 지 55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일본식 지명을 통용하는 것은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며 “조상들이 지은 예쁘고 아름다운 이름을 되찾는 작업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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