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시장 동부상권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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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서울 동대문시장 동.서부 상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밀리오레.두산타워.엠폴리스 등 소매 중심의 신형 패션몰이 들어선 서부 상권은 불황에 시달린다.

반면 디자이너크럽.apM.제일평화 등 도매 중심의 동부 상권은 호황을 맞고 있다.

연초만 해도 서부는 주요 고객인 10대 청소년들로 북적댔고 동부는 이곳에 손님을 빼앗겨 울상이었는데, 최근 명암이 뒤바뀐 것이다.

서부 상권을 개척한 선두주자 밀리오레의 최근 매출은 지난해 이맘 때의 절반 수준으로 격감했다.

전체 손님의 20%를 차지하던 도매고객도 요즘은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상가운영위원회의 남길현씨는 "여름철 비수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려야 할 시기지만 심각할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 고 말했다.

두산타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달 뒤면 겨울상품을 전시해야 할 판인데 지난달 초 내놓은 가을상품이 안팔려 매장에 쌓여 있는 상태다.

기획팀의 채근식 차장은 "경기가 전반적으로 나쁜 데다 압구정동.삼성동 등 서울 곳곳에 생긴 동대문식 쇼핑몰이 손님을 흡수해버린 탓" 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상가의 주고객층으로 패션을 이끌어 온 10대들이 동대문을 떠나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의 하나다.

삼성패션연구소는 한 보고서에서 "2주일에 한번씩 동대문을 찾는 10대가 지난해만 해도 전체 고객의 31%를 차지했으나 최근 19%로 줄어들었다" 며 "싫증을 빨리 느끼는 N세대가 댄스공연이나 콘서트를 내세우는 동대문식 마케팅에 식상해 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반면 도매를 위주로 한 동부상권은 일손이 달릴 정도다.

동부 도매시장에서 가장 큰 디자이너크럽의 경우 1994년 문을 연 이래 최대 호황이라고 밝힐 정도다.

오진택 이사는 "최근엔 상가가 문을 열기 전부터 지방에서 올라온 버스 20여대가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며 "이번주부터 문 여는 시각을 오후 8시30분에서 8시로 30분 앞당겼다" 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동대문 경찰기동대 맞은 편에 문을 연 apM은 하루 고객이 1만명을 넘고 있다.

지난해엔 하루 평균 5천명 정도였으나 최근 배로 불어난 것이다.

새로 입점하려는 상인들도 늘어나 한 층에 30여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상가측 주장이다.

제일평화.광희시장 등 다른 상가들도 지방 소매상과 외국 보따리상들로 붐비고 있다.

동부 상권의 호황은 서부 상권이 가져다 준 셈이다.

밀리오레.두산타워가 성공하자 수도권과 전국 지방에 이를 본뜬 패션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는데, 이들 신흥 쇼핑몰의 상인들이 옷을 사기 위해 동대문 동부 도매시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식 대형 쇼핑몰은 지난해만도 12개, 올들어선 60개 가까이 새로 생겼다.

규모가 작더라도 동대문식 표방하는 곳까지 합칠 경우 신흥 패션몰은 전국적으로 2백개가 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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