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작가 벽초 홍명희 문학비 괴산에 건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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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월북작가 벽초(碧初)홍명희(洪命熹.1888-1968)의 문학비가 7일 그의 고향인 충북 괴산에 우여곡절 끝에 세워졌다.

3.1운동 때 괴산에서 충북지역 최초로 만세시위를 주도한 벽초는 일제하 최대 항일단체인 신간회등을 결성한 독립운동가이자 대하역사소설 '임꺽정' 의 작가.

1948년 김구 등과 함께 남북조선 제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차 북한에 갔다 눌러앉은 벽초는 그곳에서 부수상까지 지냈다.

월북문인으로서 우리문학사에서 논의가 금기시돼온 벽초는 타계 30주기를 맞은 98년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국의 문인 3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문학비를 건립했었다.

이 사실을 안 상이군경회.재향군인회 등 지역 원호단체 측은 벽초의 사상성을 문제삼아 문학비의 완전철거를 주장하게 됐다.

이에 괴산경찰서가 문인과 원호 양단체와 군청.군민들이 참여한 대책회의를 주선해 '문학비 보존, 잘못된 비문 제거' 라는 중재안에 합의토록 한 것이다.

98년 세워진 비문에서의 '문학성 과대 찬양' 과 '월북사실등 사상성 누락' 이 지적돼 7일 새로 부착된 비문에서는 월북사실과 함께 "북한에서 타계할 때까지 그는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이것은 한 개인의 비극인 동시에 민족 전체의 비극이자 고통스런 역사이며 눈물이요 아픔이다" 는 내용을 집어넣고 문학비의 훼손을 방지하기로 한 것.

양측의 이같은 합의는 아직 치유되지않은 이념 갈등의 중재와 화합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같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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