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업 분석] 골드뱅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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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골드뱅크는 광고를 클릭하면 돈을 준다는 아이디어로 초기 단계의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붐을 일으킨 기업이다.

하지만 이후 무리한 사업확장의 여파와 수익모델 부재 문제가 나타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초 경영권 다툼이 일기 직전에는 27개사에 4백46억원을 출자했으면서도 막대한 손실만 내는 '미니 재벌' 로 전락해 있었다.

광고클릭 사이트는 물론 쇼핑몰.금융.여행.보험.광고.전자화폐.자동차 판매.게임.농구단 경영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도 확실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닷컴 기업의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로까지 지적했다.

그 결과는 올 상반기 매출 1백53억원에 영업손실 92억원이라는 부실한 성적표로 나타났다. 시장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손실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됐던 것은 그런 이유다.

그만큼 골드뱅크의 앞날은 어두웠지만 연말부터 시작할 신규사업의 성패여부에 따라서는 반전의 기회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신규사업으로 두 마리 토끼 좇는다〓유신종 사장을 비롯한 새 경영진은 일단 사업 축소보다는 신규사업의 적극적 추진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새로이 시작할 사업은 카탈로그식 경매사업이다.

'텐더(Tender)' 라는 고유명칭을 쓰는 이 사업은 매달 한차례 신문 등을 통해 배포되는 소책자에 상품을 소개한 뒤 소비자가 인터넷.전화를 통해 원하는 가격에 입찰하는 방식이다. 발원지인 이스라엘과 홍콩에서는 단기간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모델로 보면 텐더는 기존 통신판매와 인터넷 경매의 장점을 적절히 조화시킨 모델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골드뱅크가 이 사업을 통해 기존의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을 서두를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회사측은 앞으로 자사의 모든 사업체들을 텐더사업과 시너지가 있느냐라는 원칙에 따라 매각.존속을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성공적인 정착까지 갈 길 멀어〓한 때 온라인 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던 골드뱅크가 이번에는 오프라인 사업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펼치는 셈이다. 그러나 신규사업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 불안한 점도 없지 않다.

외국에서 이미 검증된 사업모델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시장상황과 소비자의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자칫 기존 통신판매와 다를 게 없다는 인상이 각인되면 상당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또 새 사업이 일종의 유통.중개업인만큼 이 분야의 경험부족도 걱정거리다. 공급자를 개척하고 물류.대금결재 등 복잡한 업무를 무리없이 수행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본사의 노하우를 전수 받는다고는 하지만 전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골드뱅크의 '사이버 기업' 이미지가 새 사업과 충돌하는 것도 문제다.

또한 현재의 자금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업모델이 기대한 만큼 빠르게 정착되지 않는다면 영업.구조조정.주가 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리〓권남훈 박사(정보통신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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