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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중앙로 쇼윈도에 핀 ‘예술 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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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춘천시 요선동 길 스포츠용품 매장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 더 윈도전. 매장 첫 전시로 25일까지 열린다.

춘천시 중앙로 요선동 길 스포츠용품 매장 쇼윈도. 큰 길 방면의 쇼윈도에는 일반 상가처럼 운동화와 스포츠의류가 전시돼 있다. 그렇지만 다른 쪽 쇼윈도에는 스포츠용품 대신 미술작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 더 윈도(The Window)전(展)이다.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는 춘천시가 강원도청 광장에서 중앙로 교차로까지 480m 구간을 경관이 좋은 거리로 바꾸는 사업이다. 춘천시가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기 시작하자 매장 주인 권오열(50)씨가 이에 동참, 쇼윈도 일부를 문화공간으로 내놓은 것이다.

5일 개막, 25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청년작가전(田) 회장 유재림(39)씨 등 지역 미술인 9명이 13개 작품을 걸었다. 아크릴물감을 붓 등으로 일일이 찍는 점묘 작업을 하는 유씨는 시각적으로 화려한 디지털문화 이면에 상업적 의미를 말해주는 꽃 작품을 출품했다. 유씨 이외에 자신의 모습을 거북이에 빗대 작업하는 이구하, 유년시절의 기억을 형상화하는 이완숙, 전원 풍경을 담은 수채화의 윤용옥, 철선으로 꽃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과 함께 조명에 의한 그림자 효과를 보여주는 이봉수, 개인의 기억을 토대로 작가 자신의 과거를 재해석하는 목선혜, 한국화가 김유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하는 김승혜, 전통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안용선씨 등이 참여했다. 전시는 이 공간이 쇼윈도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작가가 고른 2점의 운동화와 1점의 가방도 배치했다.

첫 전시가 끝나면 26일부터 2주간 심병화·김준철·정두섭·위희열씨 등이 참여하는 ‘더 윈도 2전(가칭)’을 열 계획이다. 더 윈도전을 기획한 유씨는 “쉽게 맞닿을 수 없는 미술관과 갤러리와 달리 시민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매장 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여 작업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쇼윈도 갤러리가 확장되면 작가는 작품 발표 기회가 많아지고 시민도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등 문화가 살아 있는 거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쇼윈도를 전시공간으로 꾸민 권씨는 춘천의 문화 지킴이다. 춘천마임축제에 자원봉사자로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하우스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최근 공연 등 품격 높은 문화를 유치하기 위한 문화애호가 모임인 ‘좋은 문화 만들기 100PS’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권씨는 “행정기관이 하드웨어적으로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면 소프트웨어적인 아름다움은 시민이 꾸며야 한다는 생각에 쇼윈도전을 구상했는데 시민 반응이 좋다”며 “인근 상점에서도 관심을 보여 거리전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활동으로 아름다운 거리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 춘천시가 공공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가로시설물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화단을 만드는 등 아름답고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는 사업. 상·하수도를 정비하고 보도블록 및 가로등을 바꿨다. 올해는 도청광장을 단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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