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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있는 여자 ‘사연’있는 남자가 골프도 잘 치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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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세리(아랫줄 왼쪽에서 둘째)가 대전 갈마중 육상부 시절 찍은 사진이다. 박세리는 허들과 투포환 선수로 활약하며 탄탄한 하체를 갖게 됐고 골프 스윙의 핵심인 중심 이동 요령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혔다. [대전 갈마중 제공]

종목을 골프로 바꿔 인생이 바뀐 골프 스타들은 누구일까. 한국의 대표급 골퍼 가운데는 전혀 다른 종목의 운동을 하다 골프로 전향한 선수가 의외로 많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박세리 와 최경주 ·양용은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박세리는 육상을, 최경주는 역도를, 양용은은 보디빌딩을 하다 골프로 바꿔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LPGA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박세리는 유성초등학교 시절 단거리 선수였다. 1991년 대전 갈마중에 진학하면서 주종목을 허들과 투포환으로 바꿨다.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는 “세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탄탄한 하체와 파워 스윙은 모두 육상을 통해 만들어진 기초체력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호랑이 사냥꾼’ 양용은은 고교 시절 보디빌더가 꿈이었다. 양용은이 그 꿈을 접고 19세 때 늦깎이 골퍼가 된 것은 부상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이 안 돼 공사장에서 일하다 무릎을 크게 다쳤다. 그 바람에 골프에 입문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은 메이저 신화는 이때 시작됐다.

한국인 첫 PGA투어 정규 멤버인 최경주가 역도 선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3세 때 이미 자신의 몸무게(43㎏)보다 세 배나 무거운 150㎏의 바벨을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축구와 씨름·투창 선수를 했던 그는 체격이 좋고 힘이 세다는 이유로 완도중에 입학하면서 역도 선수로 발탁됐다. 그러다 완도수산고에 진학하면서 골프채를 잡아 한국 남자골프의 개척자가 됐다.

지난해 11월 J골프가 주최한 유럽여자프로골프(LET)투어 대신증권-토마토투어 한국여자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김현지(22·LIG손해보험)는 태권도 선수였다. 공인 3단인 김현지는 초등학교 시절 인천지역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태권 소녀’로 자질을 보였지만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로 전환했다.

2008년 연우헤븐랜드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김위중(30·삼화저축은행)은 야구선수 출신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서울 영남중 1학년까지 투수로 활약했다. 김위중의 아버지 김도용씨는 “장기적으로 골프를 시키기 위해 당시 아들이 재미있어 하는 야구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골프 국가대표팀의 한연희 감독은 “요즘은 예전과 달리 다른 종목을 하다 전향하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며 “골프를 선호하는 것은 선수 생명이 길다는 장점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육상은 물론이고 하체 근력을 키우고 체중 이동을 몸에 익힐 수 있는 스키나 피겨스케이팅 등은 향후 골프 운동에 좋다. 스윙 원리가 비슷한 야구도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 외에도 홍란(수영), 박지은(롤러스케이팅), 김영(농구), 강수연(피겨스케이팅), 안선주(테니스), 지은희(수상스키) 등도 골프로 바꿔 성공한 선수들이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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