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아바타 열풍’으로 ‘3D 강국 코리아’를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기술이 급변하는 세계시장에서 조직의 적응·생존에 필수적인 기회를 놓치면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전략 전문가 올리코스키의 표현대로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활짝 열렸다. 3D 입체영상이 곧 기회의 창밖으로 펼쳐질 미래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봐 오던 2D 평면영상의 TV나 영화 등이 실제 세계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시각 기술의 진화는 ‘보는 법(how to see)’의 감각 경험이 확 바뀌는 크나큰 시각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공간 지각은 대개 세 가지 통로를 거친다. 가로·세로 중 한 방향만의 1차원, 가로·세로의 2차원, 가로·세로에 앞뒤까지 느끼는 3차원 등으로 ‘차원(dimension)’의 수에 따라 1·2·3차원이 결정된다. 특히 밋밋한 평면의 2차원과는 달리 3차원은 앞뒤의 원근과 깊이(depth)까지 담고 있어 ‘입체’라고 부른다. 3D 입체영상의 기본 원리는 사람의 두 눈 사이 간격만큼 두 개의 렌즈(stereopsis)를 장착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좌·우가 서로 다른 특수안경을 통해 보도록 하는 고전적 방식에서 비롯됐다.

극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입체영상 기술이 이제부턴 안방까지 ‘대중화’될 3D 시각의 르네상스가 이미 코앞에 와 있다. 현실의 메마른 일상에 사이버의 환상세계를 동경하는 디지털 심리가 3D 열풍을 불러왔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세계 최초로 올 6월 남아공 월드컵 경기를 3D TV로 중계한다고 발표했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 열린 세계 최대의 소비자 전자박람회(CES)에선 3D TV가 주요 관심 트렌드로 떠올라 한국의 삼성·LG, 일본의 소니 등 유수 전자업체들이 3D 산업에서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고화질 LED TV에서 3D LED TV로 세계를 장악하려는 ‘국부(國富) 디자인’이 성공하려면 기회의 창을 열 3D 전략 또한 중요하다. 우선 신문·방송의 미디어 융합의 세계적 조류 속에서,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세계 최초 HD급 3D 시험 방송의 본격 실시가 3D 영상 대중화의 기폭제로 활용돼야 한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1일부터 채널 1번으로 3D 방송을 이미 시작했다.

저작권의 고질병인 불법복제 우려가 거의 없는 3D 산업의 장점은 높은 제작비를 극복할 수도 있다. 콘텐트에 따라선 3D 기술이 새로운 영상사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 전 세계 극장에서 엄청난 흥행수입을 올린 ‘베오울프’나 북미 시장과 한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바타’ 등 세계는 이미 3D 콘텐트의 경쟁시대다. 돈 드는 하드웨어 못지않게 돈 안 드는 소프트웨어의 아이디어 개발에 지금부터 적극 나서, 영화·방송 등 미디어 전반으로 확산될 3D의 창의성을 철저히 탐구해야 한다. 규모가 엄청난 3D 산업인 만큼 입체적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방송위 전망에 따르면, 세계시장은 2010년 640만 대, 2012년 1800만 대이며 국내시장은 각각 40만 대, 90만 대나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국이 ‘IT 강국’에 이어 ‘3D 강국’으로 거듭날 필사적 의지다. 이번 ‘CES 2010’에서 확인됐듯,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스마트폰처럼 3D의 스마트 디자인이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밀리면 죽는다’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아바타의 경우처럼 컴퓨터그래픽(CG) 테크놀로지의 창의성과 ‘상상력’의 콘텐트가 조화를 이뤄야 ‘자지러질’ 감동도 낳는다. 단순히 영상물을 보는 감각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상상력까지도 자극하는 바이러스를 창출할 3D 산업은 한국인 특유의 무한한 창조적 DNA의 원천으로 삼을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 아바타의 성공은 한국인에겐 타산지석(他山之石)이자 반면교사(反面敎師)인 셈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3D 산업에서 찾아 기회의 창으로 새로운 한류를 내다보자. 안경 쓴 사람을 위한 3D 영상용 도수 있는 입체안경이나 장시간 봐도 두통 없는 특수안경도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다. 올해가 3D 산업 디자인과 공학 기술이 융합된 3D 콘텐트 ‘디자이니어링(designeering)’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기왕의 탄탄한 ‘IT’ 위에 ‘3D’의 멋진 예술혼까지 입체로 세운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유한태 숙명여대 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