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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엑스포 D-100] 금융·물류 허브 만들어 ‘위안화 국제화’ 선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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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중국 상하이 엑스포 현장의 야경. 지난 16일 상하이엑스포사무국이 5개의 영구 보존 건물과 100여 개의 전시관을 비추게 될 야간 조명을 시범 가동한 모습이다. [상하이 신화=연합뉴스]

‘중국인과 개는 출입금지(華人與狗不得入內).’ 100년 전 상하이 황푸(黃浦)강변 와이탄(外灘)공원 입구엔 이런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와이탄이 외국 조차지로 넘어가는 등 당시 상하이는 ‘서구세력에 굴복한 치욕의 상징’이었다. 그 상하이에서 100일 후인 5월 1일 세계박람회(엑스포)가 열린다. 중국은 ‘2010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100년 전 굴욕의 역사에 대한 대대적인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상하이는 지금 공사 중이다. 황푸강 양변 엑스포 단지는 전시장 건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고, 도시 곳곳은 지하철 공사로 파헤쳐져 있다. 주요 호텔은 손님 맞이를 위해 대대적인 보수에 나섰다. 주최 측은 공사의 90%가 끝났다고 밝히고 있다. 시민들의 문화인식을 높이기 위한 각종 질서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상하이뿐만 아니라 쑤저우(蘇州)·항저우(杭州)·난징(南京)·닝보(寧波) 등 상하이에 이웃한 도시들도 엑스포 특수에 부풀어 있다. 5월 1일부터 6개월 동안 열리는 이번 엑스포에는 192개 국가, 50개 국제기구가 전시장을 설치하고 참여한다. ‘Better City, Better Life(城市, 讓生活更美好)’를 주제로 다양한 테마의 각종 전시회가 열린다. 역대 최대 규모다.

상하이 엑스포의 정치·경제적 의미는 단순 전시회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11월 27일 쑤저우에서 열린 ‘창싼자오(長三角·양쯔강 삼각주) 지도자회의’에서 그 뜻을 읽을 수 있다.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당서기와 자오훙주(趙洪祝) 저장성 당서기, 량바오화(梁保華) 장쑤성 당서기를 비롯한 3개 성·시의 고위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회의의 결론은 ‘일체화(一體化)’였다. 중점 산업의 일체화, 기초시설의 일체화, 과학기술의 일체화, 시장의 일체화 등. 엑스포를 계기로 양쯔강삼각주 경제권의 통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은 역시 상하이다.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금융·물류 허브 구축’을 내건 상하이의 목표는 세계 제6대 메가시티(mega city)다. 뉴욕·런던·도쿄·파리·시카고 등에 뒤지지 않는 거대 도시군을 상하이 지역에 형성하겠다는 취지다. 상하이와 저장·장쑤의 주요 도시는 지금 3시간 생활권으로 묶이고 있다. 인재·상품·서비스의 이동을 가로막는 도시 간 장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그게 바로 ‘창싼자오 지도자회의’에서 읽은 엑스포의 뜻이다.

상하이는 이미 아시아 최대의 산업 클러스터로 떠오르고 있다. 주변에는 반도체·컴퓨터·통신·디지털가전 등 각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노트북 공장도 진출해 있다. 전 세계 컴퓨터 생산량의 80%가 상하이 부근에서 만들어진다. 여기에 상하이의 자동차·철강, 난징의 석유화학, 닝보의 조선, 사오싱의 섬유 등 제조업이 버티고 있다. 상하이를 둘러싼 지역에 거대 경제권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조업 기반 위에 금융·물류 허브 기능을 더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뜻이다. 2009년 4월 발표된 ‘2020 상하이 금융허브 프로젝트’는 이를 보여준다. 이 안에 따르면 증시·원자재·외환·파생상품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자본·금융시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런민삐(人民幣)’로 거래되는 ‘금융상품 종합세트’를 상하이에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1970년 열린 일본 오사카 엑스포는 세계 경제에 신흥강국 일본의 등장을 알리는 이벤트였다. 92년의 스페인 세비야엑스포는 이 작은 도시를 유럽의 주요 경제·무역 중심지로 바꿔 놓았다.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의 부상을 앞둔 중국에서 열리는 이번 엑스포는 ‘상하이’라는 또 다른 메가시티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상하이 엑스포는

-기간 : 2010년 5월 1일~10월 31일(총 184일)

- 성격 : 5년 주기로 개최되는 세계박람회기구(BIE) 등록 엑스포

- 규모 : 면적 5.28㎢(여의도의 3분의 2, 상하이 전체 면적의 1%)

- 주제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생활(Better City, Better Life)’

-참가 : 192개국, 50개 국제기구

- 주요 시설 : 중국관, 테마관, 엑스포센터, 공연관, 국가관, 임대관, 공동관 등

- 방문객 : 약 7000만 명 예상(중국인 93%, 해외 여행객 7% 500만 명)

-엠블럼 :‘世’자와 숫자 2010의 조합

- 마스코트 :‘하이바오(海寶)’로 바다의 보물이란 뜻이며, ‘人’을 형상화

-총투자 : 286억 위안(약 4조7500억원)

자료:KOTRA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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