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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동물보호법 2006년 시행되면…'신분증' 없는 개·고양이 못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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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를 싫어하는 박연희(30)씨는 아이와 함께 동네 공원에 갈 때마다 짜증이 난다. 목줄을 매지 않은 개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거슬리는 데다 치우지 않은 배설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박씨는 "아이가 귀엽다고 개를 만지기도 하는데 혹시 나쁜 균을 옮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부가 애완동물 관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완동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대신 애완동물을 괴롭히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농림부는 6일 애완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내놨다.

2006년부터는 애완견을 데리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목줄을 매고 배설물을 담을 봉투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또 관련 조례를 만든 시.군.구에서 주민등록증 같은 애완동물 인식표를 받지 않으면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다. 인식표는 전자칩 형태로 만들어 피부에 이식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애완동물의 종류, 소유자와 연락처, 예방접종 여부 등의 정보가 담긴다. <본지 7월 31일자 9면>

또 애완동물 판매업소는 반드시 예방접종을 했다는 증명서를 사는 사람에게 줘야 한다. 인구 5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선 유기동물 관리소를 만들어야 한다. 한 해에 버려지는 동물 수가 2만5000여마리에 이르는 데다 이 동물들이 방치돼 환경을 더럽히거나 사람을 무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된다. 개 싸움이나 개 경주는 금지된다. 또 개고기를 먹기 위해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 개를 죽이거나 산 채로 개를 때리는 행위도 금지된다.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이런 행위를 신고하는 감시관 제도가 운영되며 적발되면 최고 6개월의 징역이나 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금은 가장 무거운 벌이 벌금 20만원이다.

정부는 또 앞으로 애완동물이란 용어 대신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는 뜻의 '반려(伴侶)동물'이란 용어를 쓰기로 했다. 전문적으로 동물들의 사체를 처리하는 동물장묘업도 정식으로 인가한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있다. 동물에 대한 관리비용이 늘면 오히려 동물을 버리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동물 보호에 쓸 예산이 있으면 우선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농림부 김달중 축산국장은 "국제적으로 한국의 동물보호 수준에 대한 악평 때문에 국가나 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논란이 있겠지만 동물 보호와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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