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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노동당 초청장 공세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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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3일 보내온 '노동당 창건 55돌 초청서한' 은 과거에 비해 숫자를 크게 줄이고 개인이 아닌 단체를 겨냥한 점이 눈에 띈다.

◇ 과거와 다른 점=지난해 2월 북한이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에서 '고위급 정치회담' 을 제안할 때 무려 1백50명에게 편지를 보낸 것과 달리 이번에는 30명으로 줄였다. '초청' 이란 점을 감안해도 1998년 70명, 96년 89명과 비교해 차이가 난다.

개인을 지명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단체명만을 거론하고 "어떤 자격으로 오든 환영할 것" 이라고 밝힌 것도 차이점이다. 북측 항공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입장도 보였다.

또 지난해까지 쓰던 '연합회의' 명칭을 이번에는 '합동회의' 로 바꿨다.

통일부 당국자는 "연합.연석회의라는 부정적 명칭에 대한 남측의 거부감을 감안하는 등 통일전선 전술이라는 인상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고 분석했다.

◇ 당국의 분석=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은 '초청공세' 를 통해 우리 정부와 정당.단체의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차이를 떠보고, 당 창건행사에 대한 '전국적 축하분위기' 를 고조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초청서한을 각 단체가 찾아가도록 할 방침이지만, 정당은 물론 사회.종교단체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정당.단체들 사이에서 '이번 행사는 찬성하기 어렵다' 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하다" 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변인인 손낙구(孫洛龜)교육선전실장은 "남북간 교류확대에는 찬성하지만 행사의 성격과 시간이 촉박한 점도 고려해야 할 것" 이라며 "다른 사회단체들과 상의해 보조를 맞추겠다" 고 말했다.

◇ 각 당의 반응=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촉박한 시일' 등을 이유로 북한의 초청을 일단 사양했다. 그는 "준비기간을 거친 뒤 다음 기회에 논의하는 게 좋겠다" 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야당 등 국내 여론에 대한 검토없이 북한의 초청을 수락할 경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면서 "정부측이 우리 당을 대신해 북한에 양해를 구할 것" 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북한의 초청을 '통일전선전략' 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남한 내 국론을 분열시키고 이념갈등을 부채질하기 위한 것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는 논평을 발표했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대변인도 "남북 당국차원에선 몰라도 정당.단체차원에서의 교류는 시기상조" 라고 말했다.

◇ 초청받은 단체=▶정부(2):대통령 비서실.국무조정실 ▶정당(6):민주노동당.한국신당.민주국민당.자유민주연합.한나라당.민주당▶사회단체(15):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범민련 남측본부.민주노총.한국노총.민화협.전국농민회총연합.한총련.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한국여성단체연합.민주화실천 가족협의회.참여연대.경실련.환경운동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전경련▶종교단체(7):불교종단협의회.원불교.한국기독교 총연합회.성균관.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천도교 중앙총부.대종교

이영종.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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